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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대선 불복’ 서아프리카 감비아 일촉즉발


대서양에 면한 서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감비아가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 군사쿠데타로 집권한 뒤 23년째 군림해온 야흐야 자메 대통령이 대선에서 지고도 불복하고 비상사태를 선포하자, 주변국들이 국경에 군대까지 배치하고 퇴진을 압박했다. 

감비아를 에워싼 세네갈과 나이지리아 등이 가입해 있는 서아프리카경제협력체(ECOWAS)는 18일(현지시간)까지 아다마 바로 대통령 당선자에게 권력을 인계하라며 자메 대통령에게 최후통첩을 했다. 세네갈은 자메를 압박하기 위해 병력을 감비아 국경으로 이동시켰다. 나이지리아도 전투기를 세네갈에 파견하고, 해상에 군함을 배치했다. 가나도 육군 병력을 감비아 쪽으로 이동시킬 계획이다.


하지만 전날 비상사태를 선포한 자메는 주변국들의 압력 속에서도 버티고 있다. 현지 언론 프리덤 등에 따르면 자메는 17일 대국민 연설을 하면서 “대선 결과를 놓고 외국의 비정상적인 간섭이 이어지고 있어, 감비아가 주권을 위협하는 적대적인 환경에 놓였다”고 주장했다. 의회는 이튿날 자메의 임기를 90일 연장하고 비상사태를 승인했다. 

감비아는 인구 200만명에 군 병력은 2500명밖에 되지 않는다. 1만689㎢의 면적을 가진 감비아는 1965년 영국의 지배에서 독립했다. 온화한 날씨에 대서양을 낀 해변으로 유럽 관광객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데다 주변 서아프리카국가들의 혼란 속에서도 비교적 안정되게 발전해왔다. 1994년 29세 때 권력을 잡은 자메는 1996년 선거를 통해 대통령이 된 뒤 2001년과 2006년, 2011년 선거에서 승리해 집권을 이어왔다.

하지만 자메가 지난달 1일 대선에서 야당연합 단일 후보인 바로에게 패하면서 정국불안이 시작됐다. 자메는 “선거 부정이 있었다”며 정권을 넘겨주겠다던 약속을 일주일 만에 뒤집고 재선거를 주장했다. ECOWAS는 자메를 퇴진시키기 위해 무력개입까지도 할 수 있도록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승인을 요구하고 있다.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이번주에만 적어도 2만6000명이 세네갈로 피란갔다고 BBC는 보도했다. 영국과 네덜란드 관광객 수천명도 감비아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