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이타 사건과 한국전쟁에 참전한 일본>에도 등장하는 재일조선인 시인 김시종의 책. 재일조선인사에서 김 시인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70년대에 주로 쓴 글을 모은 데다 시인 특유의 사고와 문체 탓인지 따라읽기가 무척 힘들었다. 다음은 일부 발췌.
-재일조선인의 생활관습 가운데서는, 때로 본토에서 이미 고리타분해서 쓸모를 잃은 것이 ‘조선’으로 남아 전승되곤 합니다. 반면 제대로 계승되어야 할 조선인 특유의 미풍양속은 아무렇지도 않게 일본풍으로 양식화되고 있습니다. 조선 고유의 관습을 전승하는 조선 본토의 세대와 일본에 있는 전후세대는 어림도 없을 만큼 격차가 벌어져 있습니다.
-확실히 미시마는 경찰관을 죽이지 않았다. 그러나 신봉자를 길동무로 삼음으로써 미시마 또한 무참한 일본의 검은 청춘을 깨워 냈다. 조선인인 내게는 아사마산장에서 겨누어진 7일간의 총구보다 한순간에 자위대의 심장부로 칼날을 들이댄 미시마 유키오의 일본도 칼끝이, 등골이 오싹해지는 공포다. 확신범인 연합적군은 저열무도한 폭한(暴漢)으로 취급하고, 국민주권인 헌법개정을 ‘자위대’라는 강권에 내준 미시마는 우국의 지사로 미화하는 일본인의 양식은 대체 어떠한 질의 ‘제정신’인 것일까?
-재일조선인은 일본에서 거주하는 외국인일 뿐 아니라 실질적으로 일본이라는 이국에 남겨진 소수민족인데, 이 소수민족, 일본인이 일상 차원에서 마주하고 여러 면에서 접촉하는 ‘외국인’으로서의 이웃이라는 위치설정을 분명히 하지 않으니 조선인 학생은 동족의 풍속습관을 독자적 문화의 표출로서 받아들이질 못합니다. 억양부터 미각까지 모든 게 일본인을 대하면서 주눅 들게 만드는, 부끄러운 생활의 발로가 됩니다. 일본 정부는 이러한 시대적 반동을 배경으로 동화와 귀화를 더욱 부추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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