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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영 함정, 냉전 후 처음으로 러 해군 앞마당 바렌츠해서 작전

 미국과 영국 함정이 1980년대 냉전 종식 이후 처음 북극해 바렌츠해에 합동 군사훈련을 벌이면서 서방진영과 러시아가 냉전적 대립을 재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러시아와 노르웨이 사이의 바렌츠해는 러시아 주력 해군이 유럽으로 진출하는 전략적 요충지로 통한다. 미·영 함정의 바렌츠해 진출은 최근 북극해에서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는 러시아에 대한 군사적 움직임으로 여겨진다. 남중국해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와중에 ‘바렌츠해 신경전’까지 가열되면서 세계 곳곳에서 ‘신냉전’ 기운이 더 짙어지는 분위기다.
 11일 이코노미스트 등에 따르면 미국 해군은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영국 해군 함정과 함께 바렌츠해에서 작전을 펼쳤다. 바렌츠해에 진입한 함정은 지난 1일부터 노르웨이해에서 대잠훈련을 실시하던 미국과 영국 해군의 수상함전투전대 소속 구축함 4척이다. 그간 서방 잠수함의 정찰 활동은 지속적으로 이뤄졌지만 구축함을 포함한 수상함이 진입한 것은 냉전 시기인 1980년대 중반 이후 처음이다.
 이들이 바렌츠해에서 작전을 펼치는 동안 러시아 측이 이를 감시했다고 러시아 언론은 전했다. 바렌츠해는 러시아 북서부 해안과 노르웨이 북단 사이의 해역으로, 러시아 북부 함대가 주둔한 무르만스크항이 있다. 그러다보니 바렌츠해는 러시아 해군의 심장부이자 뒷마당으로 여겨졌다.
 서방진영과 러시아는 이 지역 북해항로(NSR)를 둘러싸고 부딪치고 있다. 러시아는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기능이 커지고 있는 북해항로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하려 하지만 서방진영은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미 해군은 지난 4일 성명서를 내고 “이번 작전의 목적은 해당 지역에서 항행의 자유를 확고히 하고 동맹 간 완전무결한 협력을 보여주는 데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훈련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취하고 있는 북진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했다. 미사일방어 시스템과 지상공격용 크루즈미사일로 무장한 미국과 영국의 구축함이 러시아 해군력의 심장부에서 작전을 전개했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한 군사적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러시아는 최근 북해함대 전략을 강화하고 이 지역에서 잠수함 활동도 냉전 이후 가장 활발하게 벌이고 있는데, 이에 맞대응한 훈련이라는 것이다.
 실제 최근 이 지역에서 서방국가와 러시아 간 군사적 긴장은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나토는 러시아 군용기의 북해권 진입을 두 차례 차단하기도 했다. 러시아 군용기들이 북해를 향해 남진하자 영국도 전투기를 출격시켰다. 냉전시대 나토는 그린란드와 아이슬란드, 영국을 잇는 ‘GIUK 갭’에서 해저청음망을 구축해 러시아 잠수함의 대서양 진출을 차단, 감시해왔다. 스웨덴 국방연구소의 이클라스 그란홀름은 냉전시대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가 GIUK 갭 북쪽으로 함정을 파견하는 등 공격적인 모습을 보인 적이 있다면서 지금 상황이 1980년대와 유사하다고 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도 격화되고 있다. 영유권 분쟁 해역인 남중국해에선 최근 미국과 중국이 연달아 군사훈련을 실시하면서 긴장이 고조됐다. 미·중은 코로나19 확산을 둘러싼 책임론을 놓고도 부딪히고 있다. 중국 관영 매체인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진찬룽(金燦榮)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의 발언을 인용해 “두 강대국 간 전략적 갈등이 심화하고 대만, 남중국해, 한반도가 잠재적 갈등 지역으로 될 위험이 커진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