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7월로 예정된 도쿄올림픽 연기안 초안 마련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는 보도가 22일 처음으로 나왔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강행 입장에 대해 각국 올림픽위원회에선 이론(異論)이 터져나오고 있다.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속에 도쿄올림픽의 정상 개최가 멀어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와 밀접한 복수 관계자를 인용해 “조직위가 올림픽 연기와 관련된 초안 마련 준비를 시작했다”고 단독 보도했다. 연기안 초안 작성에 관여한 도쿄조직위 관계자와 가까운 한 관리는 “올림픽을 연기했을 때를 가정한 시뮬레이션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연기 시점에 따른 비용을 고려해 플랜 B, C, D 등 다양한 대안을 강구 중”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조직위가 올림픽을 1~2년 정도 미루는 방안을 주제로 논의 중”이라며 “일부 관계자들 사이에선 한 달에서 45일 정도 미루는 대안을 선호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도쿄올림픽의 정상 개최를 고수해온 일본 정부와 조직위가 연기·취소론으로 국제 여론이 기울자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각국 선수나 경기단체 관계자 수준에서 산발적으로 나오던 도쿄 올림픽 중지·연기론은 각국 올림픽위원회 차원에서 공식 제기되고 있다. 브라질 올림픽위원회는 21일 홈페이지를 통해 “선수들이 도쿄 올림픽을 준비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면서 “올림픽을 1년 뒤인 2021년 7월 말 개최하는 게 옳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냈다. 브라질은 2016년 올림픽 개최국이다.
노르웨이 올림픽위원회도 이날 “코로나19가 진정세에 접어들 때까지 도쿄 올림픽 개최를 미루자”는 의견을 담은 공문을 IOC에 발송했다고 dpa통신이 전했다. 슬로베니아와 콜롬비아 올림픽위원회 위원장도 도쿄 올림픽 개최 시기를 미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림픽 흥행을 좌우하는 미국 내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미국 수영연맹과 육상연맹이 21일과 22일 잇따라 미국 올림픽위에 도쿄 올림픽을 연기해달라고 IOC에 요구해달라는 서한을 보냈다. 워싱턴포스트는 21일 ‘도쿄 올림픽은 취소 또는 연기해야’라는 사설을 통해 IOC와 일본 당국이 마치 올림픽을 정상적으로 열 수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완전히 무책임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정상 개최’ 입장을 고수했던 IOC도 ‘출구’를 고민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지난 19일자 뉴욕타임스에 “아직 4개월 반이 남았기 때문에 판단은 시기상조”라면서도 “별도 시나리오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플랜B’ 가능성을 처음 언급한 것이다.
이미 일본 언론들은 정상 개최가 물 건너갈 경우의 손실 등을 따지고 있다. 올림픽 취소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갈 경우 일본 경제는 직격탄을 맞는다. 입장권과 방송중계권, 기업 협찬금 등이 날아가는 것은 물론, 경기장 건설 등 지금까지 투입한 준비 비용도 헛돈이 된다. 마이니치신문은 지난 18일 “3조엔(약 34조원)이 넘는 올림픽 비용을 투입하는 일본은 치명상을 입게 될 것”이라고 했다.
‘플랜B’로 거론되는 1년 연기도 쉽지 않다. 대회 관계시설을 다시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고, 추가 인건비도 치러야 한다. 또 내년 7~8월 후쿠오카시에서 세계수영선수권, 미국 오리건주에서 세계육상선수권이 예정돼 있어 일정 조정도 쉽지 않다. 2년 연기의 경우 축구 카타르 월드컵(11~12월)과 일정이 겹치지는 않지만, 대표 선발을 새로 해야 한다. “4년에 1번 개최”라는 올림픽 헌장도 바꿔야 한다. 도쿄신문은 “올림픽 역사나 이념을 바꾸면서까지 손익이나 정치적 의도로 연기를 결정할 경우 국제적 이해를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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