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형태로 실현하겠다.”
도쿄올림픽·패럴림픽 개최 여부를 둘러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발언이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일본 측은 무관중·축소 개최 가능성을 부인한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도쿄올림픽 연기를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 17일 주요 7개국(G7) 화상 정상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인류가 코로나19를 이겨낸 증거로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을 완전한 형태로 실현하겠다고 표명, G7 정상들의 지지를 얻었다”고 밝혔다. ‘개최 시기에 대해 의견을 나눴냐’는 질문에도 같은 대답을 반복했다.
이를 두고 측근인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문부과학상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무관객이 아니라 제대로 된 형태로 선수들이 참가한다는 것”이라며 “국내에서 (코로나19가) 종식돼도 참가국이 줄어들면 완전하다고 부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도 “지금까지와 같은 대회를 개최하고 싶다는 것”이라고 했다.
아베 총리는 그러나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예정대로’ 개최하겠다고 언급해왔다. 그런 그가 개최 시기는 언급하지 않은 채 ‘완전한 형태’를 강조한 것이다. 결국 도쿄올림픽 취소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고 연기로 가기 위한 복선을 깐 것 아니냐는 견해가 나온다. 집권 자민당의 한 의원은 마이니치신문에 “취소로 기울지 않도록 연기론을 말하기 시작한 것 같다”며 “5월에도 (코로나19가) 종식하지 않으면 ‘완전한 형태로 실시하겠다’고 연기의 이유를 댈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코로나19 위기가 미국에서 7월이나 8월에 끝날 수 있다”고 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지 않는 한 미국 선수단을 7월에 도쿄올림픽에 보내기 힘들다는 ‘신호’로까지 읽힌다. 도쿄신문은 “올림픽이 개막하는 7월까지 코로나19 사태가 끝날 전망이 없기 때문에 ‘완전한 형태’로 개최하기 위해선 연기의 검토를 피할 수 없다”고 지적하면서 “아베 총리가 연기를 시야에 두고 사전정지작업을 시작했다는 견해도 있다”고 전했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이 ‘1년 연기’를 공개 거론하는 등 연기론은 ‘플랜B’로 급속히 부상한 상황이다. 아사히신문의 최근 여론조사에선 “연기하는 게 좋겠다”가 63%에 이르는 등 일본 내 여론도 연기 쪽으로 기울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내년 여름까지 1년 연기하는 편이 좋다”(고위관리) 등 일본 정부 내에서도 ‘연기 용인론’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코로나19 영향으로 아베 총리의 ‘정치 구상’도 차질을 빚고 있다. 아베 총리가 의욕을 보여온 ‘임기 내 헌법 9조 개정’은 실현 가능성이 줄어들고 있다. 자민당은 17일 의원총회에서 개헌에 관한 구상을 담은 2002년도 운동방침을 채택했지만, 주요 인사들은 개헌보다 코로나19 대응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은 “이런 시기에 개헌을 꺼내는 것은 적당하지 않다”고 했다. 당내에선 아베 총리가 도쿄올림픽이 끝난 뒤 중의원 해산을 단행할 것이란 관측도 있었지만, 당 간부는 “올림픽 개최도 어떨까 하는 때에 해산전략은 짤 수 없다”고 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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