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가 코로나19의 충격파를 크게 받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가 유럽과 미국에서 급속히 확산되면서 소비·생산이 얼어붙은 데다 일본 경제를 이끌어온 엔화 약세가 강세로 돌아서고 있기 때문이다. ‘엔화 강세 → 수출기업 실적 악화 →주가 약세’라는 악순환이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론도 나오고 있다.
10일 도쿄 주식시장의 닛케이225 평균주가는 전날 종가보다 168.36포인트(0.85%) 오른 1만9867.12로 3영업일 만에 반등했다. 미국과 일본 등 세계 각국이 경기부양 정책을 발표할 것이란 기대감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닛케이 평균주가는 전날 코로나19의 세계적인 확산과 엔화 강세 여파로 전 거래일(6일) 종가보다 1050.99포인트(5.07%) 급락한 1만9698.76으로 마감했다. 닛케이 평균주가가 2만선 아래로 거래를 마친 것은 지난해 1월4일 이후 1년2개월 만이다.
도쿄 외환시장에서 미 달러 대비 엔화 환율도 104.47엔으로 전날보다 2.25엔 오르면서 약세를 보였다. 미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지난달 중순 110엔대에서 거래된 이후 계속 하락해 전날에는 장중 101엔대까지 떨어졌었다.
일본 전문가들 사이에선 코로나19가 일본 경제에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 지 예측하기 힘든 가운데 엔화 강세와 주가 약세라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고다마 유이치(小玉祐一) 메이지야스다생명보험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요미우리신문에 “향후 엔화는 1달러당 95엔, 냇케이평균주가는 1만8000선까지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경제효과가 예상되던 도쿄올림픽 개최에 영향이 있으면 더한 타격도 우려된다”고 했다.
엔화 강세는 자동차업체 등 수출업체의 실적 악화로 연결된다. 도요타와 혼다 등 일본 주요 자동차 대기업은 이달 평균 환율을 달러당 108엔으로 전망하고 있다. 도요타는 엔화 환율이 1엔 상승하면 영업이익이 약 400억엔(4500억원) 줄어든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소비세 증세, 태풍 등의 영향으로 부진했던 경제가 올 들어 회복될 것이란 기대감도 사라지고 있다. 내각부가 전날 발표한 지난해 10~12월 국내총생산(GDP) 수정치는 전분기보다 1.8% 줄어들었다. 연율로 환산하면 마이너스 7.1%로, 당초 속보치인 마이너스 6.3%보다 더 떨어졌다. SMBC닛코증권은 “올 1분기 GDP도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에 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기에 민감한 업종 종사자를 대상으로 실시되는 경기워처(Watcher)조사에서도 2월 경기판단지수가 전달보다 14.5포인트 떨어진 27.4를 기록했다. 이는 동일본대지진 직후인 2011년4월 23.9 이후 최저수준이다.
일본은행은 급격한 엔 강세와 주가 약세를 막기 위해 “적절하게 주저없이 대응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쓸 수 있는 수단이 제한적이라고 마이니치신문은 지적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등 각국 중앙은행은 경기를 지탱하기 위해 잇따라 금리 인하를 결정했지만, 일본은행은 이미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고 있다. 금리를 더 인하할 경우에는 “금융기관의 주가는 일제히 급락”(시장 관계자)할 것이라는 견해가 강하다. 외환시장에 개입하기도 쉽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다른 나라의 통화 약세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분명히 하고 있어 일본 단독 개입은 효과가 제한된다고 마이니치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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