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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일본 니혼 닛폰

코로나 판데믹에...'빨간불' 켜진 도쿄올림픽


 7월 말로 예정된 도쿄 올림픽 개최에 결국 ‘빨간불’이 켜졌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대회 조직위원회 내에서도 ‘연기 검토’ 목소리가 나오는 와중에 세계보건기구(WHO)가 11일(현지시간)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일본 내 코로나19 상황이 괜찮다고 대회를 강행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일본 정부, 도쿄올림픽조직위는 ‘예정대로 개최’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지만 ‘중지 또는 연기’ 전망이 커지고 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12일 오전 정례 기자회견에서 ‘도쿄 올림픽 연기를 상정한 준비 검토’를 묻는 질문에 “정부로선 예정대로 대회 개최를 향해 IOC, 조직위, 도쿄도와 긴밀히 연락을 취하면서 준비를 진행해 간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회 변경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커지고 있다. 다카하시 하루유키 도쿄올림픽조직위 이사는 11일 월스트리트저널에 “올여름 열릴 수 없다면 1~2년 연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WHO의 팬데믹 선언은 ‘중지·연기론’에 불을 붙였다. 올림픽을 강행하더라도 참여 국가나 선수들이 대폭 줄어드는 등 충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일본 언론들도 도쿄 올림픽이 예정대로 개최되지 못할 경우의 수를 따지고 있다.
 올림픽 중지 재량권은 IOC에 있다. IOC와 일본올림픽위원회(JOC)가 2013년 체결한 개최도시 계약에 따르면 전쟁이나 내란 등 ‘참가자의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는다고 믿을 충분하고도 합리적 근거가 있을 경우’ IOC가 대회를 중지할 수 있다. ‘팬데믹’ 상황은 이 조항에 해당될 수 있다. 이 경우 IOC는 개최도시에 중지 검토를 통보하고, 60일 이내 사태가 개선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한다. 일본은 보상이나 손해배상을 받을 수 없다.
 이런 상황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도쿄 올림픽 개최 여부 판단은 5월이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현직 최장수인 딕 파운드 IOC 위원도 지난 2월 말 언론 인터뷰에서 “5월 하순이 기한”이라고 했다. 문제는 이때까지 일본 내에서 코로나19 확산 상황이 수습되더라도 해외 감염이 확대되면 개최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감염이 확산되고 있는 미국과 유럽에선 4~5월이 절정을 맞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그럼에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일단 IOC와 JOC의 계약상 연내 연기가 가능한 것으로 해석되지만, 연내 연기는 쉽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올림픽 흥행에 영향력이 큰 미국에선 올가을 이후 미국프로풋볼(NFL) 등 인기 스포츠 경기 일정이 있다. IOC 입장에서도 전체 수입의 73%를 차지하는 방송중계권료를 생각하면 중기나 연기 판단을 내리기 쉽지 않다.
 1년 또는 2년 연기는 ‘2020년 중 개최’ 계약에 저촉된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 내에선 아베 신조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친분’을 살려 미·일이 1년 연기를 공동 제안하는 게 어떻냐는 안도 나오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2년 연기일 경우엔 동계와 하계올림픽, 월드컵이 한 해에 열리게 된다. 어느 쪽이든 일본으로선 시설 유지비, 인건비 등 비용이 추가 발생한다. 올림픽 개최에 맞춰 진행되고 있는 도시 개발이나 대규모 전시장 운영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조직위 관계자는 “운영하는 입장에서 보면 연기보다 취소가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아사히신문에 말했다.
 근대올림픽이 시작된 1896년 이후 올림픽은 하계와 동계를 합쳐 모두 5차례 중지됐다. 모두 전쟁이 이유였다. 연기된 경우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