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화 봉송이야 10분이면 지나가니까 안전할지 모르지만,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은 다릅니다.”
일본의 사진 저널리스트 도요다 나오미(豊田直巳·64)는 지난달 21일 ‘부흥올림픽의 그늘에서-성화 릴레이가 비추는 것, 비추지 않는 것’이라는 제목의 12분짜리 동영상을 공개했다. 2011년 3월 원전 사고 피해를 입었던 후쿠시마현의 도쿄올림픽 성화 봉송로를 직접 둘러본 현장 보고서다. 봉송로는 방사선량이 기준치(시간당 0.23마이크로시벨트) 아래였지만, 길 옆이나 잡목림은 기준치를 웃도는 상태였다. 도요다는 “현지에서 느낀 것은 ‘부흥올림픽’ 구호의 허무함”이라며 “올림픽 보도의 빛이 강하면 강할수록 그늘이 돼 사람들의 현실이 보이지 않게 되는 건 아닌가”라고 했다.
도요다는 원전 사고 직후 현지로 달려간 일본 저널리스트 8명 중 한 명이다. 이후 거의 매달 후쿠시마의 피해 실태를 집중 취재해 사진과 영상에 담아왔다. “있는 것을 없었던 것처럼 하는 ” 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해온 그는 “부흥올림픽은 진짜 주민들의 의향인가”라고 되물었다. 다음은 지난달 21일 이뤄진 일문일답.
-후쿠시마의 성화 봉송 예정지를 왜 찼았다.
“북쪽이면 홋카이도, 남쪽이면 오키나와가 있는데 왜 후쿠시마에서 성화 봉송을 시작할까는 의문이 있었다. ‘부흥올림픽’이라고 말하는 건 결국 ‘부흥하고 있다’는 얘기만 된다. 9년간 취재한 결과 진정으로 부흥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성화 봉송 때 어디가 비칠까. 번쩍이는 새 건물, 부흥을 상징하는 건물이다. 하지만 그곳에 사람들이 살고 있지 않는 현실은 전해지지 않는다. 고향으로 돌아온 사람은 10%도 안 된다.”
-현지 주민의 반응은 어떤가.
“관심이 별로 없어 보였다. 성화 봉송을 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두근두근하지 않는다. 올림픽에 흥미를 가질 젊은 세대는 돌아오지 않고 고령자들만 돌아왔으니까.”
-지난 9년 간 후쿠시마 취재에서 느낀 건.
“처음엔 (원전사고가 일어났던) 체르노빌처럼 마을이나 거리가 숲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제염’이 시작됐다. 그걸 제네콘(대형종합건설회사)이 한다. 원전은 더 못 만드니 제염으로 돈을 번다. 제염을 해도 모두 안 돌아온다는 것을 알면서도 한다. 제염이 끝나면 이번엔 집을 부순다. 그 다음엔 부흥거점을 만든다. 설문조사에서 주민들 80~90%가 돌아가고 싶다고 하니까. 하지만 돌아갈 거냐고 물으면 거의 안 돌아간다고 답한다. 제염하고 부수고, 부흥거점 만들고…. 영문을 모르겠다. 어느 학자는 ‘겐시료쿠무라(原子力村·원전으로 먹고사는 산업·정치·관료·전문가 집단)를 존속시키기 위해서라고 하더라.”
-피난지시가 해제된 지역으로 돌아오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부흥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인구가 늘었다고 모두 원래부터 살던 사람은 아니다. 원전 관련 작업원도 많다. 부흥하고 있다고 하는 곳은 전체적으로 보면 특수한 곳이다. 피난지시가 해제된 지역 가운데 실제로 살 수 있는 지역은 더 좁다. 1분만 걸어가면 귀환곤란구역이 있다. 이쪽이 더 넓다. 그리고 자신의 마을에 돌아왔다는 게 원래 살던 집으로 돌아왔다는 의미는 아니다. 상자같은 건물이 들어서면서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람은 과연 부흥하고 있나. 어떻게든 희망을 이어가려는 사람들이 있지만, 보통의 생활이 돌아오고 있지 않기 때문에 뭐가 부흥인지 모르겠다.”
-무엇이 필요하나.
“이번에 공개하는 영화 <서머셜리-유언 제6장>에서 ‘서머셜리(Samosely)’는 피난했다가 체르노빌에 돌아온 사람들을 말한다. 방사능과 별개로 돌아가고 싶은 사람은 돌아가면 된다. 그들이 생활할 수 있도록 정부도, 지자체도 지원해야 한다. 하지만 체르노빌과 마찬가지로 돌아오는 이들은 노인들뿐이다. 앞으로 20년 되면 돌아오는 사람도 없어지게 된다. 돌아오지 않는 사람은 이미 피난지에서 자신의 생활을 만들고 있다.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이 이들에 대해 피난자로 제대로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 도쿄전력이 책임을 지지 않고 정부가 마음대로 제염같은 것만 하는 뭔가 거꾸로 된 느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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