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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람들

"위대한 친구"...아프간 구호 일본인 의사, 총격 피살에 전 세계 애도

 “위대한 친구”, “카카무라(아프가니스탄 공용어인 파슈툰어로 할아버지)”, “헌법 9조(전쟁과 군대 보유 금지)의 정신을 체현해온 존재”
 아프가니스탄 구호 활동에 반평생을 바쳐온 의사 나카무라 데쓰(中村哲·73)가 무장괴한의 총격에 사망했다는 소식에 5일 일본·아프간 등 세계 각지에서 애도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나카무라는 지난 4일(현지시간) 아프간 동부 낭가르하르주 숙소에서 25㎞ 떨어진 관개공사 현장으로 이동하다가 무장괴한의 총격으로 차량에 함께 타고 있던 동료와 운전사, 경호원 등 5명과 함께 숨졌다.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나카무라는 지난 35년 간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을 오가면서 구호 활동에 매진해왔다.
 1978년 산악원정대 의사로 파키스탄에 갔을 때 현지 사람들에게 임시방편식 치료밖에 못했던 체험이 오랜 구호 활동의 원점이었다. 1983년 비영리 구호단체인 ‘페르샤와회’를 설립, 1984년 파키스탄 북서부 페샤와르에서 나병환자를 위한 의료활동을 시작했다. 아프간 내전으로 몰려오는 난민들을 접하고 1991년 낭가르하르에 진료소를 개설했다. 1998년 페샤와르에도 진료소를 설립하는 등 양국에서 운영한 진료소가 많을 때는 10곳을 넘었다.
 2000년 아프가니스탄에 심각한 가뭄이 닥치자 가뭄·빈곤대책에도 힘을 쏟았다. 깨끗한 물과 식량이 있으면 나을 수 있는 병인데도 죽는 사람이 급증하는 것을 안타까워했고, “어떻게든 살아 있어라. 병은 나중에 고친다”라며 우물을 파기 시작했다. 2003년부터는 농업용수로 건설도 시작했다. 토목을 독학으로 공부했고, 스스로 중장기를 운전했다.
 2008년 함께 일했던 동료가 무장세력의 흉탄에 쓰러지면서 활동이 위축됐지만, 우물파기 작업의 진두지휘를 계속했다. “아프간의 평화에는 전쟁이 아니라 빈곤해결이 불가결하다”는 신념을 고수했고, “100개의 진료소보다 1개의 용수로”를 호소했다. 지금까지 판 우물은 약 1600개에 이른다.
 2003년 ‘아시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막사이사이상을 수상했고, 지난해 2월 아프간 정부로부터 국가훈장을, 지난 10월엔 명예시민권을 받았다.
 나카무라는 4일자 ‘페샤와르회 회보’에서 사실상 유언이 된 말을 남겼다. “이 일이 세로운 세계에 통하는 것을 기도하며, 새하얗게 흩어지는 쿠나르강의 푸른 물을 가슴에 두고, 내년에도 있는 힘을 다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