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작품에 대한 관심과 성원들이 앞으로 더 됐으면(커졌으면) 좋겠습니다. ”
영화 <기생충>의 주연배우 송강호가 영화가 일본에서도 큰 반응을 얻고 있는 데 대해 한·일 문화 교류가 더 활발해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지난 23일 도쿄 지요다(千代田)구 일본기자클럽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다.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는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4관왕 달성 이후 처음 일본을 찾았다.
24일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송강호는 이 자리에서 “2000년대 초 한국 영화가 일본에도 많이 소개됐는데 그때 이후 한동안 소원해진 시기가 있었다”면서 “<기생충>이 일본 관객들에게도 반갑고 흥미로운 영화로 받아들여지는 게 굉장히 반갑다”고 했다. 그는 “<기생충>도 그렇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등 일본의 뛰어난 작품들이 한국 관객들에도 알음알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서로에 대한 관심과 성원들이 2000년대초보다 더 앞으로 됐으면 좋겠다. <기생충>에 공감했듯이 가까운 나라일수록 서로의 문화를 공감하길 바란다”고 했다.
봉 감독은 “상을 목표로 제작한 것은 아니다”면서 “수상은 기쁜 일이지만 한국뿐만 아니라 어느 나라 관객도 뜨거운 지지를 해주는 게 무엇보다 기쁘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에서도 (아카데미 수상 전인) 지난 1월초 공개됐는데 극장에서 보고 뜨겁게 반응해준 일본 관객들에게도 감사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봉 감독은 ‘무엇이 관객들을 끌었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솔직히 왜 이 정도로 받아들여졌는지 모르겠다. 언제나처럼 한국 배우들과 만든 영화로 해외 공개, 대열광을 노렸던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신기하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빈부 격차는 동시대적인 테마라는 얘기도 듣고 있지만, 예측을 뒤엎는 스토리 전개, 특히 후반 전개가 재미있고 선하다라는 의견을 많이 들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봉 감독은 영화의 주제로 부각된 사회격차 문제에 대해 “양극화의 실상을 폭로하고 싶었다기보다는 우리들이 안고 있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을 솔직하게 영화 속에서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영화의 주요 장치인 ‘냄새’에 대해선 “빈부 격차에 앞서 인간에 대한 예의에 대해 그리고 있다”면서 “영화에는 인간에 대한 예의가 무너지는 순간, 어떤 선을 넘고만 상황이 그려져 있다”고 했다.
봉 감독은 ‘영화를 만들 때 마음에 두는 것이 뭐냐’는 질문에 “스스로 말하기 부끄럽지만 내 작품이 클래식(고전)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만들고 있다”면서 “그를 위해 투명한 상태에서 영화와 마주하는 것을 소중히 하고 있다. 흥행적으로 성공하고 싶다, 상을 타고 싶다는 불순물이 섞이지 않도록 스토리와 마주 한다”고 밝혔다.
봉 감독은 송강호에 대해 “시나리오를 쓸 때 이 역할을 이 분이 연기한다고 상상하면 마치 풀 위를 뛰어노는 망아지처럼 자유로운 기분”이라고 했다. 이에 송강호는 “나는 감독의 끈적한 부분이 좋다”고 농담을 한 뒤 “(봉 감독 작품에 출연하는 것은) 축복이자 고통이다. 봉 감독이 예술가로서 목표로 하는 높은 야망을 배우로서 달성하는 고통”이라고 받았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일본 언론인 등 약 200명이 몰렸다. 주최 측이 사전에 준비한 150여개의 좌석이 꽉 차는 바람에 일부 기자가 바닥에 앉아 취재하기도 했다.
<기생충>은 일본에서도 흥행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 내 배급사 ‘비타즈 엔드’에 따르면 지난 1월10일 일본에서 개봉한 이후 지난 22일까지 44일간 22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이 기간의 티켓 판매 수입은 30억엔(약 325억원)을 넘어 일본에서 개봉한 한국 영화 가운데 흥행 수입 1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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