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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크루즈 코로나19 확진 218명 되고서야···일본 정부 “고령자 등 하선”

 일본 요코하마(橫浜)항에 정박 중인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서 1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자 44명이 추가 확인됐다. 이 배에선 지난 5일 10명의 집단 감염이 확인된 뒤 지금까지 218명의 감염 환자가 발생하는 등 선내 감염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탑승객들을 19일까지 선상 격리한다는 방침을 고수해온 일본 정부는 그제서야 고령 탑승자를 우선 하선시키기로 방침을 바꾸는 등 뒷북 대응에 나섰다.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후생노동성은 이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서 승객 43명, 승무원 1명 등 44명의 감염이 새롭게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 배에서 코로나19 감염이 확인된 사람은 218명에 이르게 됐다. 크루즈선 외에 일본 내 감염자까지 포함하면 총 247명이다.
 방역 당국이 1차로 감염 검사를 실시한 이후에도 추가 감염자가 폭증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 배에 탑승했다가 지난달 25일 홍콩에서 내린 80세 홍콩 남성이 코로나19에 감염된 사실이 지난 2일 확인된 뒤 3일 이 배를 요코하마항 앞바다에 사실상 격리, 정박시키고 감염 검사를 실시해왔다. 하지만 지난 7일까지 승객과 승무원 약 3700명 가운데 발열·기침 등 증상이 있는 120명과 확진자와 밀접접촉한 153명 등 총 273명에 대해 감염 검사를 전부 끝내고 모두 61명의 감염을 확인했다고 밝힌 뒤에도 추가 감염자가 잇따르고 있다. 8일 3명, 9일 6명, 10일 65명, 12일 39명 등 감염자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검역원 1명의 감염까지 확인됐다. 이 배에는 현재 약 3600명이 탑승해 있다.
 일본 정부가 선내에서 추가 감염자가 확인된 5일 오전까지 선내 공공시설 이용 등에 제한을 두지 않고, 전원검사를 미루는 등 안이하게 대응하다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정부는 선내 감염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기미가 보이자 뒤늦게 대응에 나서고 있다.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후생노동상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중증 우려가 높은 고령자 등에 대해 우선 하선시키겠다고 밝혔다. 80세 이상의 고령자를 우선으로, 지병이 있는 사람이나 창문이 없는 선실에서 생활하고 있는 사람에 대해 순차적으로 바이러스 검사를 실시한 뒤 음성이면 하선시켜 정부가 준비한 숙박시설에 코로나19 잠복기간이 지날 때까지 머물도록 할 예정이다.
 당초 후생노동성은 10명의 집단감염이 확인된 지난 5일을 기점으로 2주 후인 오는 19일까지 승객·승무원들을 선상 격리 조치키로 했다. 하지만 감염자가 무더기로 발생하고 장기 격리로 인한 지병 악화 우려가 있는 승객들이 많기 때문에 방침을 변경한 것으로 보인다. 후생성은 또 발열이나 기침 등의 증상이 없는 ‘무증상 감염자’도 강제 입원이 가능하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하기로 했다.
 한편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사무총장은 12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와 관련, 선박의 자유로운 입항 허가와 모든 여행객을 위한 적절한 조처를 촉구했다. 그는 “우리는 모든 승객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일본 정부와 국제해사기구(IMO), 선주 등과 지속해서 접촉하고 있다”면서 “‘국제 보건 규정’(IHR)에 따라 선박의 자유로운 입항 허가와 모든 여행객을 위한 적절한 조처의 원칙을 강조하는 코뮤니케(공동 선언문)를 IMO와 함께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