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3일 하루 앞으로 다가온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나라와 나라 간 약속을 지키도록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한·일 관계 악화의 계기가 된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은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므로, 한국 측에서 이를 시정해야 한다는 일본 측 입장을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되풀이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아베 총리는 이날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차 중국으로 출국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나라와 나라의 약속은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은 국교 정상화의 전제로, 한·일 관계의 근본을 이루는 것”이라면서 “문 대통령에게 구 한반도 출신 노동자(일본 측이 주장하는 징용공의 호칭)도 포함해 일본의 생각을 확실히 전하겠다“고 말했다.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강제징용 문제가 모두 해결됐으며 일본 기업이 한국인 징용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한국 대법원 판결은 국가간 약속인 청구권 협정에 위반된다는 주장을 반복한 셈이다.
아베 총리는 그러면서 “한·일 관계가 어려운 상황에 있지만, 동아시아의 안전보장 환경을 생각하면 한·미·일, 한·일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했다.
아베 총리는 또 한·일 기업과 국민이 기부금을 모아 강제징용 문제를 해결하자는 문희상 국회의장의 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데 대해선 “타국 입법부의 논의기 때문에 언급은 삼가겠다”고 했다. 그는 다만 “한·일 관계를 건전한 것으로 하기 위해 한국 측이 행동을 확실히 취해, 계기를 만들었면 한다”고 말했다. 한국 측이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한 것이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도 이날 오전 기자 브리핑에서 “한·일 관계는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지만, 우선은 한국 측이 국가 간 약속을 준수함으로써 한·일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려 가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구 조선반도 출신 노동자 문제를 비롯한 한·일 간의 모든 현안에 대해 한국 측의 현명한 대응을 요구한다”라고 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오후 도쿄 하네다(羽田)공항에서 일본 정부 전용기를 타고 중국을 향해 출발했다. 이날 저녁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한 뒤 청두로 이동해 24일 오전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참석하는 한·중·일 정상회담에 참석하고 오후에 한·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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