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관계가 경색된 가운데 양국 재계단체가 도쿄에서 만나 “어떤 정치·외교 관계에서도 협력 관계를 확대·심화시키자”는 공동성명을 15일 발표했다. 양측의 논의 과정에선 양국 기업이 자금을 내는 ‘미래발전재단’을 설립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일본 게이단렌(經團連)은 이날 도쿄 게이단렌 회관에서 제28회 한·일 재계회의를 마치고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어떠한 정치·외교관계 하에서도 민간 교류를 계속하는 것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대화를 통해 양국의 경제·산업 협력관계를 한층 확대·심화시켜 아시아 및 세계 경제 발전에도 기여해 나갈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동아시아경제동반자협정(RCEP),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등 아시아 역내 자유롭고 개방된 국제 경제질서 유지·강화를 위해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했다.
이들은 “경제·산업 협력관계 발전의 기반으로서 양호하고 안정적인 정치·외교관계의 중요성에 관한 인식을 공유하고, 계속해서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발전에 공헌해 나가겠다”고 결의했다. 또 내년 서울에서 한·일 재계회의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전날부터 이틀에 걸쳐 열린 한·일 재계회의는 2017년에 이어 2년 만에 열린 것이다. 지난해에는 일본 측 구성원 변경 등을 감안해 대담 형식으로 대체됐다.
전경련에선 허창수 회장, 권태신 부회장과 함께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 류진 풍산 회장,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장용호 SK머티리얼즈 사장 등 13명이 참석했다. 게이단렌에서는 나카니시 히로아키(中西宏明) 회장과 고가 노부유키(古賀信行) 노무라홀딩스 회장, 구니베 다케시(國部毅) 미쓰이스미토모금융그룹 회장, 사토 야스히로(佐藤康博) 미즈호파이낸셜그룹 회장, 쓰쓰이 요시노부(筒井義信) 일본생명보험 회장 등 10명이 참석했다.
허창수 회장은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양국 갈등이 장기화되면 글로벌 가치 사슬에 적지 않은 영향이 예상된다”면서 “무역 갈등의 조기 해결에 인식을 같이 했다”고 했다. 오는 23일 효력이 상실되는 한·일 정보보호협정(GSOMIA)에 대해선 “서로 연기가 됐으면 좋지 않냐는 의견을 표시했지만 정부 관계 일이니까 그 정도로 그쳤다”고 전했다. 권태신 부회장은 “정치적 이슈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없지만 일본 측은 GSOMIA가 연기됐으면 좋겠다, 징용 문제에 대해선 직접 일본이 개입하는 것은 곤란한다는 뜻을 밝혔다”고 덧붙였다.
이번 회의에선 한·일의 미래지향적인 발전을 위해 양국 기업이 자금을 대는 ‘한·일 미래발전 재단’을 설립하자는 제안도 제기됐다고 한다.
최근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 정부와 한·일 기업이 미래 한·일 관계를 위한 경제협력기금을 마련하자는 제안이 나온 바 있다. 이에 대해 허 회장은 “징용 배상 문제와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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