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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김진우의 도쿄 리포트

후쿠시마의 현실 보여준 오쿠마정 선거

 ‘이례적인 선거’.
 지난 10일 실시된 후쿠시마(福島)현 오쿠마(大熊)정 정장(町長·한국의 읍장에 해당) 선거를 11일 일본 언론은 이렇게 전했다.
 오쿠마정은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에 따른 폭발 사고를 일으킨 후쿠시마 제 1원전이 자리한 곳이다. 사고가 발생한 지 8년이 지났지만 대부분의 주민들이 마을 바깥에서 피난 생활을 하고 있다. 실제 거주하지 않는 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선거 운동이 펼쳐졌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8년 만에 치러진 정장 선거에선 요시다 준(吉田淳) 전 부(副)정장 (63)이 3549표를 획득, 863표에 그친 스즈키 고이치(鈴木光一) 전 의회 의장을 따돌리고 당선됐다. 투표율은 53.00%로 선거가 있었던 8년전보다 15% 정도 밑돌아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이번 선거는 원전 사고 전인 2007년부터 3기에 걸쳐 정장을 맡아왔던 와타나베 도시쓰나(渡邊利綱) 정장이 고령을 이유로 은퇴하면서 실시됐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로 인한 방사능 오염으로 후쿠시마현에선 시·정·촌 12곳에 피난 지시가 내려져, 오쿠마정에서도 주민 전원이 피난했다. 지난 4월 일부 지역에 피난 지시가 해제됐지만, 현재 마을에서 생활하는 사람은 100여명으로 전체 인구의 1%에 지나지 않는다. 99% 가까운 마을 주민들은 여전히 오쿠마정 밖에서 피난생활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양 후보 진영은 인근 이와키시나 고리야마시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선거 운동을 할 수밖에 없었다.
 주민 대부분이 마을 밖에 피난해 있는 상황에서 향후 주민을 어떻게 늘릴까가 오쿠마정의 과제라고 일본 언론은 지적하고 있다. 오쿠마정에는 폐로 작업이 좀체 진척되지 않는 후쿠시마 제1원전에 더해, 제염 작업에서 나온 오염토 등을 보관하는 중간저장시설이 있다.
 요시다는 당선 직후 기자회견에서 “마을에 돌아오는 사람, 돌아오고 싶어도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 새롭게 마을에 들어오는 사람, 모두가 서로 융합하지 않으면 재생을 할 수 없다”면서 “마을 주민을 지키는 것을 대전제로 마을의 재생에 임하고 싶다”고 밝혔다. 요시다의 자택도 귀환곤란 지역에 있기 때문에 그는 현재 이와키시에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