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지난해 9월 한일정상회담 후 불신 생겨”
“이해 깊게 하려 ”라며…아베 입장 사실상 대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취재에 정통한 것으로 알려진 NHK 해설위원이 월간지 기고문을 통해 지난해 9월 뉴욕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아베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불신을 품게 됐다고 주장했다. 기고문에선 한·일, 한·미 정상 간 대화를 줄줄이 소개하면서, 문 대통령은 깎아내리고 아베 총리는 추켜세우는 내용이 적지 않았다. 사실 여부를 떠나 외교 관계에 민감한 정상 간 대화 내용을 자기 논리에 끼워맞춰 흘린 것이다.
NHK 해설위원 겸 정치부 기자인 이와타 아키코(岩田明子)는 월간지 <문예춘추>12월호에 기고한 ‘아베 신조 vs 문재인, 격돌의 900일’에서 2017년 9월 러시아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개별 노동자가 소송을 한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관여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대법원이 적절한 판단을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2018년 9월 뉴욕 정상회담에선 “박근혜 정권의 사법개입이 밝혀져서 어려운 상황이 됐지만 노력하고 싶다”고 말해 아베 총리가 강제동원 문제에 불안을 품게 됐다는 것이다.
기고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2017년 취임 직후 아베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 문제에 대해 “일본과는 전략적 관계만이 아니라 가장 가까운 친구다. 북한에 대해서는 제재와 대화를 병행하고 싶다”고, 역사 문제에 대해선 “셔틀외교를 부활시켜 적절하게 관리하자”고 했다. 이에 아베 총리는 “의외로 냉정한 대화가 가능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나 같은 해 8월 북한이 일본 상공을 통과하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아베 총리와의 통화에서 “문 대통령은 북한에 너무 무르다. 북한이 대화를 요구하는 상황을 만들 필요가 있다. 신조가 문 대통령에게 말을 해달라”고 했다. 아베 총리는 다음날 문 대통령과 통화에서 “한국이 대화를 요청하는 듯한 발언은 삼가야 한다고 트럼프 대통령과 확인했다”고 했지만, 문 대통령은 “압력으로부터 대화의 장에 다가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면서 미·일과 한국 간에 틈이 벌어졌다고 이와타는 주장했다.
그는 또 “아베 총리는 문 대통령에 대해 북한의 안색만 살피는 한편, 주변을 예스맨들로 채우며 국내 정치를 냉정하게 통제하지 못한다고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국 전 법무장관의 임명이 강행됐을 때 아베 총리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는데”라며 한숨을 내쉬었다고 전했다. 지난달 24일 일본을 방문한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막걸리를 선물 받은 아베 총리가 “감사합니다. 내가 좋아합니다”라고 예의를 전한 것은 “일본산 맥주 불매운동을 계속하는 한국에 대한 아베 총리의 ‘강한 빈정거림’을 담은 것”이라고 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해선 한국 기업에 의한 전략물자의 무허가 수출과 북한 환적 등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조치가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대항조치인 점을 아베 총리가 사실상 인정한 점은 쏙 뺐다.
이와타의 글에는 아베 총리와 정상 간 대화가 마치 직접 현장에 있었던 것처럼 묘사돼 있다. 이와타는 2000년대 초반 관방 부장관 시절부터 아베 총리를 담당해오면서 아베 총리 취재에 정통한 기자로 평가받고 있다. 반면 아베 총리의 입장을 사실상 대변하거나 무작정 옹위해 ‘아베 응원대’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그는 아베 총리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결정은 “평화의 실현에 이어진다면”이라는 생각에서였다고 했다. 반면 문 대통령에 대해선 “졸렬이라고 할 수 있는 외교전략을 계속했다” “대통령의 긍지를 보이려고 하지 않는다”라고 악담을 퍼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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