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일본에서 ‘혐한(嫌韓)’을 부추기는 보도들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런 경향은 극우 인터넷 매체를 넘어 공중파나 주요 일간지에게까지 퍼지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을 ‘악인’으로 하는 감정적인 해석보도를 그만두라”는 일본 시민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지난 27일 ‘나카하타 만노 센류(仲畑流万能川柳)’ 난에 “태풍도 일본 탓이라고 말할 것 같은 한국”이라는 센류(5·7·5의 17음으로 된 짧은 시)를 최우수작으로 소개했다. 이 난은 독자가 보내오는 센류를 매일 선별해 소개한다. 이에 마이니치신문에는 ‘혐한’을 부채질하는 내용의 센류를, 그것도 ‘최우수작’으로 소개한 데 대한 항의가 잇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니치신문은 28일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혐한을 부추길 의도는 없었지만 ‘혐한을 부추긴다’라고 받아들이는 분이 있다는 것에 대해선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관련 기사를 삭제했다고 밝혔다.
TBS 방송 계열사인 CBC의 와이드쇼 ‘고고스마’는 출연자의 혐한과 여성혐오 발언을 생방송을로 내보냈다. 27일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다케다 구니히코(武田邦彦) 주부대 교수는 최근 서울에서 일어난 한국인 남성의 일본인 여성 폭행 사건에 대해 “길거리에서 일본인 관광객을 그 나라 남자가 폭행하는 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한국 이외에 없다”면서 “일본 남자도 한국 여자가 오면 폭행해야지”라고 했다. 다케다는 화장품회사 DHC의 자회사이자 극우 방송인 DHC-TV에 출연해 “역사 문제가 있다고 앞으로 방위 협력을 안 한다고? 정신적으로 이상한 거고, 이상한 사람한테 이상하다고 말할 필요 없다. 의사를 파견해야지”라고 말하는 등 혐한 발언을 수 차례 해온 인물이다.
이 프로그램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전국에 방송됐지만, 해당 방송국은 사과 한 마디 없었다. 이에 대해 반차별활동연대 ‘C.R.A.C’는 오는 31일 오후 1시부터 CBC 나고야 본사와 도쿄지사 앞에서 해당 프로그램의 종영을 촉구하는 집회를 동시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시민단체인 ‘일한시민교류를 진행하는 희망연대’는 27일 도쿄 중의원회관에서 집회를 갖고 혐한 보도에 대한 ‘팩트 체크’ 운동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시라이시 다케시(白石隆) 대표는 “일본 미디어는 한국을 철저하게 악인으로 하고 감정적인 해석보도를 하고 있다”면서 “미디어는 선동하지 마라고 사회에 제기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고 도쿄신문은 전했다.
도쿄신문에 따르면 이날 집회에선 대표적인 ‘팩트 체크’ 사례로 무토 마사토시(武藤正敏) 전 주한 일본대사의 경력과 혐한 발언이 거론됐다. 그는 지난 22일 TBS 와이드쇼 ‘히루오비!’에서 전 주한 일본대사이자 <문재인이라는 재액>의 저자로 소개됐다. 그는 “문대통령의 지지층은 모두 과격파다”, “한국은 재판관에도 상당히 좌익 색채를 띤 사람이 많다”고 했다. 도쿄신문은 무토 전 대사의 경력에는 그가 2013~2017년 강제징용 재판의 피고인 미쓰비시중공업의 고문을 맡아 “전직으로서의 식견과 인맥에 기초해 폭넓게 조언하는 역할”(미쓰비시중공업)을 했다는 중요한 정보가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시바타 다케오(柴田武男) 세이카쿠인대 강사는 “무토는 이해당사자”라면서 “경력을 전하지 않고 마치 중립·공평한 전문가라고 다루는 것은 NHK와 민간방송이 정한 방송윤리기본요강에 위반하고, 시청자를 배신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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