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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한일 관계

“아베, 한국 보복조치는 ‘우등생‘ 탈피 외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한국을 겨냥한 경제보복 조치에 나선 배경에는 국제사회에서 ‘우등생’ 역할을 벗어나려는 일본 외교의 기조 변화가 있다는 지적이 일본 언론에서 나왔다.
 요미우리신문은 29일 ‘검증 아베 외교-국익확보에 탈(脫)우등생화’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일본은 지금까지 국제사회나 다른 국가와의 협력을 중시해 반발을 부를 수 있는 강경 조치를 삼가는 우등생이었지만, 아베 총리는 강경 조치로 국익 확보를 도모하는 ‘탈우등생’ 외교를 전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강화 조치를 발표한 지난달 초 아베 총리 주변에선 “이걸로 일본산 소재에 의존하는 한국 전자기기 산업은 꾸려나갈 수 없게 됐다”라는 말이 나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가 대외적으로는 안보상 조치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판결에 대한 보복조치라는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아베 총리가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국제법에 비춰 있을 수 없는 판단이다. 의연하게 대응해 가겠다”면서 정부에 대항조치 검토를 지시했다는 것이다.
 요미우리는 또 아베 총리가 위안부나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 일본 내 혐한(嫌韓)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는 여론을 읽고 지난달 참의원 선거 전에 규제 강화 조치를 단행했다는 시각이 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가 지난해 6월 국제포경위원회(IWC)에서 탈퇴해 상업 고래잡이를 재개한 것도 탈우등생 외교의 또 다른 사례로 지적된다. 지난 1월 여론조사에서 IWC 탈퇴를 긍정 평가하는 응답자는 51%로 높은 편이었다. 아베 총리의 지역구인 야마구치현 시모노세키와 자민당 2인자인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의 지역구인 와카야마현이 포경선의 거점이다. 요미우리는 “외교와 내정은 표리일체”라면서 일본의 국내 상황이 외교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반면 외무성의 총리에 대한 영향력은 저하됐다. 이번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강화 조치와 관련해서 한국을 담당하는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의 상담을 받지 않았다. 경제산업성 간부는 “외무성이 한국인에 대한 비자요건 강화 등의 ‘대항조치’를 취하지 않기 때문에 경제산업성이 (대항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신문은 다만 아베 총리의 ‘탈우등생화’ 외교가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경제 보복 조치 후 한국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를 결정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고, 미국과 유럽 언론들은 “일본 정부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식의 수법으로 유리한 거래를 위해 상대방을 압박하고 있다”(미국 월스트리트 저널)는 등의 비판을 하고 있다.
 요미우리는 일본 정부 내에서 ‘문재인 정권이 교체될 때까지 한일 관계가 개선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한·미·일 연대에 틈이 생기면 일본의 안보에도 영향이 적지 않은 만큼 국익 확보를 위해 균형이 있는 외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