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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한반도

일본, ‘한반도 위기’ 공무원 연수에, 실수로 ‘미사일 경보’방송까지

 일본 정부가 미사일 공격시 피난 방법 등을 소개하기 위해 개설한 사이트의 조회건수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일본 국민의 위기감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일본 정치권과 보수 언론은  이 같은 위기감을 부채질하는 발언을 그치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자체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반도 위기상황을 대비한 연수회도 개최한다. 

 ‘정치권과 보수 세력의 위기감 조성 → 국민 불안감 확산  →  유리한 정국 조성’은 한국 보수세력의 ‘단골 메뉴’다. 이 같은 ‘북풍몰이’가  오히려 일본에서 기승을 부리면서  ‘뒷감당’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우려도 나온다. 

 ■일본, 미사일 대피법 사이트 조회수 급증 

 20일 NHK에 따르면 내각관방의 ‘국민보호 포털사이트’는 지난달 월평균 조회수가 역대 최고인 45만858건인 것으로 조사됐다. 2012년 개설된 국민보호 포털사이트는 탄도미사일에 의해 일본이 공격당하는 경우 정부의 대응이나 피난 방법 등을 소개하는 사이트다. 지금까지 월평균 조회수는 10만 건 수준이었지만,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지난해 2월부터 조회수가 급증했다. 

 특히 북한이 김일성 주석의 105번째 생일(태양절)에 맞춰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를 실시한 지난 15일 하루에만 조회수가 지난달 평균을 웃도는 45만8373건이었다. 

 내각관방은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를 반복하고 있는 가운데 유사시 대응 등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보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포털사이트에서 정보를 출실하게 제공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북한의 위협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공포심은 적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5~16일 아사히신문이 유권자 926명을 상대로 한 전화 설문조사에서 응다자의 56%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고, 34%는 ‘어느 정도’ 느끼고 있다고 대답했다. 

 ■정치권·언론은 연일 ‘북한 위기론’ 편승 

 이런 일본 국민들의 위기감을 부채질하는 게 정부와 언론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은 북한 핵·미사일 도발 위기에 편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베 총리를 필두로 각료들의 ‘북풍몰이’ 발언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아베 총리는 “북한이 사린가스를 미사일에 장착해 발사할 능력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유사시 일본으로 피난민이 유입할 경우 선별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아베의 최측근 이나다 도모미(稻 田朋美) 방위상도 “유사시 자위대가 한국 내 일본인을 구출할 수 있다”고 가세했다. 

 보수 언론들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위기론을 부채질하고 있다. 산케이신문은 지난 13일 “일본인 납치 피해자들을 구출해 일본으로 데려올 때 자위대가 어떤 비행기를 쓸지 일본 정부가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18일 북한이 일본 영해로 미사일을 발사하면  ‘무력공격절박사태’로 인정해 자위대를 출동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정부가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산케이 계열의 석간 후지는 19일 “한반도 유사시 난민 100만명”이라고 보도했다. 일부 신문이나 민영방송에선 ‘김정은 참수작전’을 제목으로 뽑거나 토론 주제로 삼고 있다.. 

 북한의 위협에 불안감이 조성되면서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소폭이긴 하지만 상승세로 돌아섰다. 앞서 아사히신문 조사에 따르면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50%로 전달 조사 49%보다 1%포인트 증가했다. 내각의 지지율은 이른바 아베 총리의 부인 아키에(昭惠)를 둘러싼 ‘권력형 특혜’ 논란의 영향으로 2월과 3월에 2%포인트, 3%포인트 하락한 바 있다. 

 ■미사일 경보 잘못 내보내기도...뒷감당은 어떻게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는 한반도 위기상황을 대비한 방재·위기관리연수를 20~21일 도쿄도 다치카와시 지치(自治)대학교에서 47개 도도부현(都道府縣)과 20개 정령시(인구 50만 이상 도시)의 위기관리책임자들이 참가한 가운데 실시한다고 요미우리신문이 보도했다. 

 연수에선  재해에 대한 초동대응과 재해자 지원 등의 사례를 소개하고 토론할 예정이지만, 한반도 정세가 긴박한 것을 고려해 유사시 국가와 지자체의 연계 방안이 논의될 것이라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연수에는 내각 위기관리 담당 간부와 내각부, 총무성의 소방청 담당자 등도 참석한다. 방재연수는 지금까지 소방청 등이 개별적으로 실시했지만, “자자체의 대응력 강화를 위해 정부의 노하우를 널리 공유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내각관방 주도로 종합적인 연수를 실시하기로 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일본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웃지 못할 해프닝도 벌어졌다. 한 지방자치단체가 긴급정보 시스템을 시험하다가 미사일 경보 방송을 잘못 내보낸 것이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전 8시28분쯤 미야기(宮城)현 오사키(大崎)시 전역에서 방재행정용 무선 스피커를 통해  ‘미사일 발사정보’라며 미사일이 “이 지역으로 도달할 가능성이 있으니 건물 내로 피난해 TV와 라디오를 틀어달라”는 내용이 방송됐다.  오사키시 직원은 6분 후에 정정 방송을 내보냈지만, 오전 10시 30분까지 주민 문의 560여건이 쇄도했다.  오사키시는 담당 직원이 ‘전국 순간 경보시스템’(J Alert) 장비를 시험하던 중 설정 작업을 잘못하는 바람에 시험방송이 외부 스피커로 방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일본 정부의 대응과  ‘북풍’ 소란에 우려를 표시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도쿄신문은 “일부 언론에서 ‘참수작전’이라는 제목까지 내고 있지만, 문제는 북한이 무대가 될 경우 일본이 휩쓸려들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라면서 “그럼에도 정권 주변에선 참수작전의 합법성을 포함한 논의들은 없고 미국의 움직임을 그냥 용인하고만 있다”라고 지적했다. 

 한 언론인은 “북한의 위협을 실제로 겪어본 적이 없으니까 어느 정도 경계감을 갖도록 할 필요는 있지만, 요즘 일본 언론을 보면 당장 내일이라도 전쟁이 날 것 같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