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한·일 관계가 “한국 측에 의한 부정적인 움직임이 잇따라 매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는 내용을 담은 2019년도 외교청서(한국의 외교백서에 해당)를 확정했다. 독도가 자신들의 영토라는 주장은 이번에도 되풀이됐다.
■한·일 관계 악화 ‘한국 탓’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상은 23일 각의(국무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2019년도 외교청서를 보고했다.
외교청서에선 한·일 관계와 관련해 “구 한반도 출신 노동자(일본 측의 ‘징용공’ 호칭)에 대한 한국 대법원 판결, 한국 정부에 의한 화해·치유재단 해산 발표, 한국 주최 국제관함식에서 자위대기(욱일기) 게양을 둘러싸고 일본 함정이 참가하지 못한 사안, 한국 해군함정의 자위대기에 대한 화제관제 레이더 조사(照射) 사안 등 한국 측에 의한 부정적인 움직임이 잇따라 매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3차례의 정상회담, 8차례의 외무장관 회담을 통해 한·일 간의 곤란한 문제에 대해 일본의 일관된 입장에 기초해 한국 측에 적절한 대응을 요구하는 동시에 북한 문제에 대해서 한·일, 한·미·일이 긴밀하게 연대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에 있었던 “한·일 관계에 곤란한 문제도 존재하지만 적절하게 관리를 지속해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표현은 올해엔 빠졌다. 지난해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이라는 표현을 외교청서에서 삭제한 데 이어 한국에 대해 더 후퇴된 인식을 보여준 것이다.
■독도 등 영토·역사 도발 되풀이
영토와 역사 등 한·일 갈등 현안을 두고는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
독도에 대해선 “역사적 사실에 비춰도 국제법상에도 명백하게 일본 고유의 영토로, 한국에 의한 점거는 불법 점거이며 국제법상 어떤 근거가 없다”라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특히 “2018년에는 한국 국회의원이 3차례에 걸쳐 독도에 상륙한 것 외에 독도와 그 주변에서의 군사훈련이나 해양조사가 이뤄진 데 대해 일본 입장에 비춰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하게 항의했다”고 기술했다. 동해 명칭과 관련해선 “일본해가 국제적으로 확립된 유일한 호칭”이라는 작년판 주장을 그대로 넣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선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일본 정부 입장을 정리한 ‘박스 기사’를 배치하고, 이 문제가 2015년 12월 한·일합의에 따라 ‘최종적·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고 주장했다.
징용공 문제에 관련해선 지난해 10월 대법원 배상 판결 이후 과정을 반영해 박스 기사를 배치하는 등 비중있게 다뤘다. 특히 2018년 ‘구 민간인 징용공’이던 호칭을 ‘구 한반도 출신 노동자’로 바꿨다. ‘강제성’을 희석시키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외교청서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해 “한·일 관계의 법적 기반을 뒤집는 것으로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국제재판이나 대항조치를 포함한 모든 선택지를 두고 적절히 대응해갈 것”이라고 했다.
■북한·러시아엔 ‘유화 제스처’
반면 북한과 러시아에 대해선 지난해보다 유화적인 입장을 보였다.
북한 핵·미사일 문제에 대해 “압력을 최대한으로 높여 나갈 것”이라는 문구를 삭제했다. ‘북·일 관계’ 항목을 3년 만에 부활시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작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 때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게 일본인 납치 문제, 핵·미사일 문제에 대한 일본 측 입장을 전달한 것 등을 열거했다. 납치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포석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청서에는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를 기초로 하면서 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해 계속해서 국제사회가 하나가 돼 북·미 프로세스를 뒷받침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표현도 담겼다.
러시아와 관련해서도 쿠릴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이 “일본에 귀속돼 있다”는 기존의 표현을 빼고,“양 정상의 강한 리더십 아래 영토문제를 해결해 평화조약을 체결하기 위해 러시아와의 교섭에 끈기있게 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개선을 보이고 있는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선 “가장 중요한 양자 관계 중 하나로 양국은 긴밀한 경제관계와 인적·문화적 교류를 갖고 있다”면서 “고위급의 긴말힌 왕래를 실현해 모든 분야의 교류·협력을 추진,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했다. 다만 “동중국해에서 힘을 배경으로 한 중국의 일방적인 현상 변경 시도는 결코 인정할 수 없다”고 경계감을 드러냈다.
외교청서는 전년 기준으로 일본 외교 정책과 국제 정세를 정리한 문서다. 1957년부터 매년 발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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