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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한일 관계

다시 울려퍼진 “만세” 외침...도쿄서 2·8독립선언 100주년 기념식

 “만세, 만세, 만세.”
 100년 전 함박눈이 내리던 식민종주국 수도 도쿄(東京)의 하늘을 날카롭게 갈랐던 ‘만세’ 외침이 또다시 도쿄 한복판에서 울려퍼졌다. 8일 오전 도쿄 지요다(千代田)구 재일본 한국YMCA에서 열린 ‘2·8 독립선언’ 100주년 기념식에서다.
 행사가 열린 지하 1층 강당은 100주년을 맞은 2·8 독립선언의 의미와 선열들의 숭고한 정신을 되새기려는 이들의 열기로 가득 찼다. 광복회 회원과 애국지사 유가족, YMCA 회원, 유학생 대표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2·8 독립선언의 현장을 직접 체험하러 한국에서 온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100년 전 이날 조선 유학생 600여명은 조선기독교청년회관(재일본 한국YMCA 전신)에서 민족독립의 정당성과 항일투쟁 의지를 담은 독립선언서를 발표했다. 적국의 심장부에서 울려 퍼진 2·8 독립선언은 3·1 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의 도화선이 됐다.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은 이날 기념사에서 “당시 비장한 각오로 독립선언서를 낭독했던 피 끓는 젊은 학생들의 함성이 들리는 것 같아 가슴이 뜨거워진다”면서 “지난 100년의 역사 속에서 조국 광복의 위대한 역사를 있게 한 애국선열 한 분 한 분의 피와 땀을 잊지 않고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통일을 향한 여정은 이웃 국가들과 함께 걷는 길이 돼야 할 것”이라며 “한일 양국이 미래지향적 관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과거를 바르게 기억하고 피해자의 아픔을 함께 치유해 나갈 수 있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종걸 2·8 독립선언 100주년 기념사업위원회 위원장도 “일본은 세기적 대전환기를 준비하는 주도자가 돼야 한다”며 “동양평화와 우호선린의 방향으로 한일 관계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했다.
 한완상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 위원장은 치사에서 “이름 없이 스러져간 선구자들이 있었기 때문에 2·8 독립선언이 가능했고 2·8 독립선언이 있었기 때문에 3·1운동이 가능했으며, 이 거대한 만세운동은 임시망명정부 수립을 비롯한 독립운동에 이어 민주화 운동, 촛불시민혁명으로 다시 이어져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2·8 독립선언의 정신, 즉 남북의 화홰와 평화를 통해 세계 평화를 이루자는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수훈 주일 한국대사는 “최근 강제동원 피해자 판결과 일본 초계기 저공위협 비행 문제 등으로 한일 관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러한 시기일수록 한일 양국 정부는 역사를 직시하면서 미래지향적 양국관계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지혜를 모아 해결책을 모색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행사 말미에는 재일한국유학생 대표가 2·8 독립선언서를 낭독했다. “오족(吾族·우리 민족)은 병력으로써 일본을 저항할 실력이 무(無·없음)호라. 일본이 만일 오족의 정당한 요구에 불응할진대 오족은 일본에 대하야 영원의 혈전을 선(宣·선언)하리라.”
 행사는 참석자들이 만세 삼창을 목청껏 외치면서 마무리됐다. 기념식에 앞서 같은 건물 10층에 있던 ‘2·8 독립선언 기념자료실’이 2층으로 확장 이전한 것을 기념하는 개관식도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