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한 사람 한 사람이 나비가 돼 날아라. 그렇게 세계를 날아다니다가 만나면 혼자가 아니다. 손잡고 함께 큰 힘이 된다’라고 말씀하셨던 것을 지금도 기억합니다.”(오카모토 유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 김복동 할머니의 영결식이 열린 1일 일본 도쿄에서도 추도 집회가 열렸다. 총리 관저 앞에서 진행된 이날 집회에 참가한 재일동포와 일본 시민 40여명은 고인의 유지를 잇겠다고 다짐하면서 일본 정부의 진정한 사죄와 배상 등을 호소했다.
참가자들은 위안부 피해자들의 사연을 다룬 영화 <귀향>에 담긴 노래 ‘가시리’가 흐르는 가운데 묵념을 했다. 손에는 김복동 할머니와 같은 날 별세한 이모 할머니를 비롯, 김학순, 박영심, 이계월, 송신도, 배봉기 등 세상을 떠난 피해자 할머니들의 사진이 들려 있었다. ‘피해자 명예회복’ ‘역사왜곡 용서치 않는다’라고 적힌 나비 모양의 손팻말을 든 이들도 있었다.
후루하치 아야는 “위안부 문제는 역사·외교 문제 이전에 한 여성의 인생을 엉망진창으로 만든 것”이라면서 “사건의 실체를 분명히 밝히고 이런 일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후세에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위안부 할머니들이 ‘일본 정부는 우리 죽는 것만 기다리고 있다’고 했는데 정말 그런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일본 정부의 태도를 비판했다.
92년생이라는 한 재일동포는 “김 할머니는 자신의 둘도 없는 인생을 망쳤음에도 지금까지 사죄와 보상을 받지 못하고 죽는 날까지 상처를 입었다”면서 “김 할머니의 싸움과 ‘자이니치’(在日·재일동포)의 싸움은 연결돼있다고 생각한다”고 울먹였다.
다나카 히로시 히토쓰바시대 명예교수는 2016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원폭피해지인 히로시마를 방문해 생존자들을 만났을 당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동행했던 사실을 상기시켰다. 그는 “당시 아베 총리는 뭘 느꼈나. 적어도 ‘나도 일본 총리로 위안부 할머니를 방문해 말을 걸지 않으면 안되겠다’고 생각하는 총리였으면 좋았을 텐데 매우 유감이다”라고 말했다.
집회에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각지에서 보내져온 메시지들도 소개됐다.
“일본 정부는 위안부 문제는 최종적·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고 하지만 전쟁 범죄에 유효 기간은 없습니다”, “일본인으로 태어난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요. 더 이상 실망시키지 않고 할머니들에게 사죄하고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사실을 전달하길 바랍니다”, “일본군이 한 일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피해자들의 증언은 계속 얘기될 겁니다”
1시간20분 간 이어진 집회 마지막에 참가자들은 “일본 정부는 위안부 할머니에게 사죄하라”, “더 이상 할머니들의 존엄을 헤치지 말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일본 정부는 조선학교를 차별화하지 말라”는 구호도 외쳤다. 김 할머니는 생전에 일본 조선학교를 방문하고 장학금을 기탁하는 등 차별받는 조선학교 아이들의 지원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이날 집회를 주관한 재일조선인인권협회 박김우기씨는 “일본 정부를 본질적으로 비판하고 재일 학생들에게 통일조국의 미래상을 알려준 김 할머니에게서 진정한 인권운동가의 모습을 봤다”면서 “위안부 문제와 조선학교 차별에 대해 더욱 열심히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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