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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큐슈 히타

쿠세니나루(くせになる).

‘버릇이 되다’는 뜻이다.

 

2012년 2월 10개월간의 일본체류를 끝내면서 다시는 일본을 찾을 일 없을 거라고 아내는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우리 가족은 일본을 두 번이나 여행했다. 오키나와와 규슈. 아내는 도쿄로 출장-봐줄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아이까지 데려갔다- 간 거까지 합하면 세 번이다.

 

일본에서의 짧은 생활이 ‘쿠세니나루’인 건지 ‘미운 정 고운 정’이라도 들었는지 모르겠다. 아마 앞으로도 몇 번이고 더 일본으로 여행 갈 일이 생길 것 같은 예감이다. 인터넷에서 휴가지를 검색하다보면 반드시 한 번쯤은 클릭을 하는 곳도 일본이다.

 

각설하고. 바쁘다는 핑계로 지난 두 차례의 일본여행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여행사 사이트의 규슈 패키지 일정에 ‘히타’가 들어있는 것을 보고 2014년 9월에 갔던 큐슈 여행 사진을 뒤져봤다. 

 

히타(日田) . 규슈 오이타현의 작은 도시. '작은 교토'로 불리는 곳.

2014년 9월 큐슈 여행에서 유후인에서 열차를 타고 후쿠오카로 돌아오는 길에 잠시 내려 반나절을 둘러봤다. 

히타역에서 집어왔던 히타 가이드맵에 따르면,

 

수향(水鄕) 히타.

산골짜기에 고요히 자리잡고 있는 큐슈의 작은 도시 히타.

아름다운 산들에 둘러싸인 분지의 작은 마을. 일찍이 큐슈의 문화, 경제적 중심지였다.

역사적으로 대상인들이 활약하고 문화인, 서예가, 화가 등의 왕래가 빈번하여 상인 문화가 번영했다.

영화를 다한 마을의 옛 모습이 아직도 곳곳에 빛나고 있다.

늦가을부터 이른 봄에 걸쳐 아침안개에 둘러싸인 독특한 마을의 모습은 옛날도 지금도, 인정과 역사가 히타의 모든 거을 따뜻하게 감싼다.

 

히타 여행은 일본 여행 때 ‘쿠세니나루’였던 자전거와 함께 했다.

때는 아직 한여름의 열기가 남아 있던 9월 중순.

하지만 자그마한 마을인 히타, 그곳 수로를 따라 난 좁은 골목길을 달리는 기분이 상쾌했다. 

 

 

 

JR 히타역 바로 옆 자전거 대여소에서 자전거를 빌렸다.

어린이용은 없어서 안장을 최대한 낮추니까 아이가 그럭저럭 탈 수 있는 상태.

"자, 출발"

자전거 페달을 밟는다. 

아이는 근처 놀이터에서 일단 시운전.

아, 그런데, 우리가 향한 곳은 히타역 앞쪽. 원래 둘러보고자 했던 히타의 전통보존지구인 마메다마치(豆田町)는역 뒤쪽.

그래서...

 

 

 

그 사실을 모르고 신나게 자전거를 달린 우리 앞에 펼쳐진 것은 푸른 하늘을 비추면서 느긋하게 흐르고 있는 강. 큐슈 최대 하천의 상류인 미쿠미가와. 물의 마을 히타의 상징.

 이곳 미쿠마가와를 따라 형성된 쿠마마치 지역.   

 

 

 

강변을 따라 자전거를 달리다보니 온천여관도 있고, 뱃놀이용 야카타후네도 있고, 자그마한 섬도 있다.

물의 고향답게 일본의 귀여운 요괴인 갓파와 물고기 낚시에 쓰이는 가마우지가 상징물.

인근 초등학교에선 운동회를 하고 있었고...

이제는 마메다마치로.

 

 

 

 

에도시대부터 메이지시대까지의 건축물이 많이 남아 있어 보존지구로 선정된 마메다마치. 

여행사 패키지 상품을 선택하면 주로 이곳을 둘러보게 되는 모양.

마메다 마치 위쪽 초입에 자리잡은 군초주조. 

에도시대부터 있었던 술 저장고나 도구를 볼 수 있고, 사케 시음도 할 수 있다. 

 

 

 

 

아사히만쥬. 1865년 창업해서 6대째 영업하고 있다고. 

밤만쥬가 유명하다고 해서 샀는데 밤 한 알이 통째로.

 

 

 

쿠사노본가(草野本家).

에도시대 은행업 등을 한 상가건물로 국가지정중요문화재.

여자아이의 건강을 비는 행사인 히나마츠리 관련한 히나인형과 도구를 전시하고 있다.

 

 

 

쿠사노약국.

1930년대 지어진 건물인데 지금도 영업을 하고 있다. 

 

 

 

히나마츠리 인형을 본따 만든 간판에 얼굴도 넣어보고.

옆에 있는 액자는 마메다마치 가이드맵.

 

 

 

 

 

 

자전거는 근처 주차장에 임시로 두고, 마메다마치 둘러보기. 

마메다마치에선 전통건축물에서 영업하고 있는 아기자기한 가게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곳저곳 들어가서 둘러보다가 나무 젓가락 파는 곳에서 가족용 젓가락 구입.

아이는 자기 이름을 새긴 젓가락을 사고는 기분 좋은 표정.  

 

 

 

마메다마치를 돌아다니다보년 게다 모양의 표석을 몇 개 발견할 수 있다.

주변이 삼림으로 둘러싸인 분지에 자리잡은 히타의 특산물 중 하나가 일본 나막신인 게다.  

'멈추세요'라고 새겨져 있다.

잠시 멈춰서 주변을 둘러보라는 뜻인지. 

 

 

 

점심 때도 되고 해서 젓가락 가게에서 물어 찾아간 음식점.

허름해 보여도 이 건물도 메이지 초기에 지어진 것이라고.

할머니와 아들로 보이는 분이 영업을 하고 있는 곳.

히타는 야끼소바로 유명.

바삭하게 구운 면과 아삭한 숙주나물. 여기에 맥주 한 잔의 느낌이란.

 

 

 

 

그런데 우리 가족에게 히타 여행의 백미는 가족 세 명이 나란히 자전거를 타고 동네 구석구석을 둘러보는 것.

히타에선 교토나 큐슈 같은 대도시에선 경험할 수 없는 한가로움, 여유를 느낄 수 있다.

열차를 타고 가다가 작은 마을역에서 내리기.

그리고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기.

썩 괜찮은 선택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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