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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일본 니혼 닛폰

초고령사회 일본, ‘도시형 납골당’ 인기

 도쿄(東京) 아라카와(荒川)구 마치야(町屋)역에서 도보로 1분 정도 거리에 자리한 ‘도쿄고뵤(御廟)’. 겉으로는 평범한 5층 빌딩처럼 보이지만,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불단(佛壇)이 눈 앞에 나타난다.
 1층 접수대에서 직원에게 IC카드를 건네면 자동운송 시스템이 작동해 2~4층의 참배소에 고인의 유골함이 나온다. 불투명 유리로 구분된 참배소에는 한 모녀가 합장을 하고 있다. 묘석에는 성씨가 새겨져 있고, 그 옆에는 고인(故人)의 디지털 영정(影幀)이 있다. 향 대신에 전기 향로가 놓여져 있다. 최근 도쿄와 오사카(大阪) 등 대도시에서 증가하고 있는 ‘빌딩형 납골당’이다.
 일본에서 실내에 유골을 안치하는 납골당이 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2일 전했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도쿄만 해도 지난 20년 간 납골당이 1.6배 증가했다. 초고령사회가 진행되는 가운데 묘지보다 면적을 덜 차지하고, 경제적 부담이 적으면서 찾기도 쉬운 도시형 납골당이 선호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생전 납골당 예약은 후손에게 짐이 되지 않겠다는 슈카쓰(終活·죽음을 준비하는 활동)의 하나로도 자리잡고 있다.
 마이니치에 따르면 고향의 무덤에 있는 유골을 지금 살고 있는 곳 근처로 옮기고 싶다는 요망에 부응해 주요 역으로부터 접근성이 좋은 도심에도 납골당이 속속 탄생하고 있다. 이런 도시형 납골당은 넓은 토지를 필요로 하지 않고, 가격도 일반 묘지보다 저렴하다.
 ‘도쿄고뵤’에는 평일 저녁에도 사람들이 끊이지 않고 찾아온다. 장바구니를 들고 납골당을 찾은 한 여성(53)은 6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주거지 근처에서 묘지를 찾다가 이 납골당을 알게 됐다. 집에선 자전거로 몇 분이면 올 수 있다. 그는 “바로 찾아올 수 있는 게 좋다”라면서 “여름에는 에어컨 설비도 잘 되고 실내니까 항상 깨끗하다”라고 밝혔다.
 거의 매일 같이 어머니의 납골당을 찾는다는 회사원 여성(42)은 “일을 마치고 귀갓길에 전철 한 번으로 들를 수 있다”면서 “자식이 없으니까 묘를 이을 사람이 없는 것도 (납골당을 선택한) 이유”라고 밝혔다. 자신이 죽은 뒤에도 이 납골당에 어머니와 함께 합사돼 공양을 받을 생각이다.
 이 납골당은 마치야 고묘지(光明寺)가 2009년 세웠다. 포교 거점으로 사용하던 건물의 재건축을 검토하면서 묘지를 만들 생각을 했지만, 부지가 작은 탓에 많은 유골을 받아 지역주민에게 도움이 되고자 납골당을 지었다. 은행의 자동금고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당시로선 드물었던 자동운송 시스템을 도입했다.
 납골당 계약은 가족 단위를 기본으로 하는 ‘패밀리형’과 개인별로 들어갈 수 있는 ‘퍼스널형’이 있다. ‘퍼스널형’의 경우 친구나 동성 커플 등 혈연관계가 아니어도 함께 안장될 수 있다. 이 납골당의 3500구획은 전부 매진된 상태다. 이에 따라 지난해 가을 인근에 있는 토지를 구입해 1500구획의 빌딩형 납골당을 새로 세웠다. 비용은 일반 묘지의 3분의 1이하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도쿄도 내의 묘지의 총수는 최근 횡보 추세지만, 납골당은 2014년 387곳에서 2016년 405곳으로 증가하고 있다. 고묘지의 주지는 “고령이 되면 먼 곳으로 성묘를 가기 어렵다”며 “날씨에 좌우되지 않는 쾌적함이나 묘의 관리가 필요하지 않는 점이 납골당이 인기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특히 고향에 있는 집안 묘를 양친이 돌아가신 것을 계기로 주거지 근처로 가지고 오는 사람이 많아서 전체의 20~30%를 차지하고 있다. 마이니치는 “편리하고 쾌적한 장소에서 소중한 사람을 애도하고, 자신의 사후는 폐를 끼치지 않고 끝내겠다는 마음이 납골당 증가의 배경에 있어 보인다”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