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대표하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69·사진)가 처음으로 라디오 디스크자키(DJ)를 맡는다. 테마는 ‘달리기와 노래들’이다. 무라카미는 지금까지 방송 출연을 극구 피해온 터여서 그의 ‘육성’으로 달리기와 음악, 문학 등에 대한 생각을 들을 수 있는 기회로 주목받고 있다.
5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무라카미는 오는 8월 5일 오후 7시 방송되는 도쿄 FM의 ‘무라카미 RADIO’에서 ‘달리기와 노래들’을 테마로 라디오를 진행한다. 선곡도 직접 할 예정이다. ‘달리기와 노래들’이라는 테마는 무리카미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금까지 일본 내 텔레비전이나 라디오에 출연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육성을 들을 수 있는 귀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요미우리는 덧붙였다.
무라카미는 방송 출연은 피해왔지만, 원래부터 리디오에 대한 애정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74년부터 1981년까지 재즈 카페를 운영하는 등 음악에도 조예가 깊다.
2001년부터 나온 에세이집 시리즈의 제목이 <무라카미 라디오>다. 이 제목은 무라카미 자신이 라디오로 변신한 것처럼 가볍게 근황을 전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또 음악평론집 <의미가 없으면 스윙은 없다>에는 그가 14살 때 라디오로부터 흘러나오는 비치보이스의 ‘서핑 USA’를 듣고 “말을 잃고 말았다”고 적혀 있다. 1979년 데뷔작인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에선 라디오 DJ가 등장하고 주인공들이 곡을 신청하는 등 상당수의 작품에 라디오를 둘러싼 에피소드가 나온다.
무라카미는 또한 ‘달리기 광’으로 알려져 있다. 마라톤 풀코스를 수 차례 완주했을 정도다. 이번 라디오 프로그램에선 무라카미가 달릴 때 듣는 음악을 가져와 곡의 해설과 추억, 음악·달리기와 문장과의 관계성 등에 대해 얘기할 예정이다.
무라카미의 라디오 DJ 도전은 그가 최근 독자와의 소통을 강화해온 연장선에 있다고 할 수 있다고 요미우리는 설명했다. 그는 2015년 한시적으로 질문·상담사이트를 개설하기도 했다. 이 사이트에는 17주 간 3만7456통의 메일이 몰려왔고, 무라카미는 이 가운데 3716통에 답변했다. 후에 이를 묵은 <무라카미씨의 거처>라는 책이 출간되기도 했다.
담당 프로듀서인 노부에 히로시(延江浩)는 “무라카미씨의 의도는 깊은 생각이 담긴 곡을 공유하고,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이라고 파악하고 있다”면서 “음악을 통해 그가 새겨온 시대와 청춘이 엿보인다면 멋진 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무라카미는 “DJ를 해볼 생각이 든 것은 마음 편한 시간을 (시청자와) 나눠갖고 싶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음악을 틀고 좋아하는 것을 얘기해 개인적인 방송이 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도쿄 FM은 이날 오전 9시부터 특설 인터넷사이트(www.tfm.co.jp/murakamiradio)를 통해 무라카미에게 묻고 싶은 음악에 대한 질문을 모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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