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메 하라(smell harassment)’라니...‘냄새 민폐’ 신경쓰느라 측정기까지 등장한 일본

    

  ‘세쿠 하라(성희롱·sexual harassment)’, ‘파워 하라(직장 상사의 횡포·power harassment)’에 이어 ‘스메 하라’(smell harassment)?
　‘스메 하라’는 냄새(smell)가 주변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주는 것을 뜻한다. ‘세쿠 하라’나 ‘파워 하라’처럼 괴롭힘을 뜻하는 단어(harassment)를 붙여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를 일컫는 일본 특유의 조어다.  ‘스메 하라’에 신경을 쓰다보니 기업들도 ‘스메 하라 대책’ 상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몸 냄새를 측정하는 휴대용 기기까지 나왔다.
■‘몸냄새’ 측정하는 휴대용 기기까지 등장
　정밀기계제조회사인 코니카미놀타는 최근 몸 냄새를 측정한 뒤 냄새를 줄이는 대책을 조언해주는 휴대용 기기를 개발했다고 NHK 등 일본 언론이 전했다. ‘쿤쿤 바디(body)’라는 이름이 붙은 이 기기는 손바닥만한 크기로 땀이나 피지 등 냄새의 원인이 되는 5종류의 성분을 감지하는 센서가 장착돼 있다. ‘쿤쿤’은 냄새를 맡는 모양으로 킁킁과 같은 뜻이다.
　겨드랑이나 귀 뒤쪽 등 신경이 쓰는 부분에 기기를 가까이 대면 20초 정도면 냄새의 강도를 측정해 스마트폰 앱(어플리케이션)에 데이터를 전송한다. 스마트폰 화면에는 냄새의 강도가 10단계로 표시된다. 또 냄새의 원인이 되는 성분에 맞춰 “식물섬유나 올리고당을 섭취해 장 환경을 조절하세요” “제한제(땀을 억제하는 약)를 사용하세요” 등 냄새 억제 대책을 조언해준다.
　이 기기는 인터넷을 통해 고객 의견을 취합한 뒤 3만엔(약 30만원) 정도의 가격으로 판매할 예정이다. 코니카미놀타 측은 “냄새에 대한 불안을 안심으로 바꿔줄 수 있는 에티켓 기기로 활용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냄새 방지’ 시장 활황...‘스메 하라’까지 신경써야 하나
　일본에선 ‘스메 하라’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타인에 피해를 주는 행위에 민감한 일본인 특유의 문화와 함께 직장 내 여성의 증가, 스포츠 인구의 증가 등도 원인으로 거론된다.
　화장품제조회사 ‘맨담’이 지난 5월 도쿄와 오사카에서 일하는 직장인 102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터넷조사에서 ‘직장에서 자신이나 다른 사람의 냄새가 신경 쓰여 일에 집중할 수 없었던 적이 있다’는 응답이 56.2%로 나타났다. ‘싫다고 생각하는 냄새’로는 ‘몸 냄새’가 64.9%, ‘입 냄새’가 59.3%, ‘담배 냄새’가 55.5%였다.
　직장에서 냄새 때문에 직원들이 두통이나 현기증 등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어 대책에 나서는 기업도 있다. ‘냄새 대책’을 가르쳐주는 직장 내 세미나도 인기를 얻고 있다. 2014~2016년 전국 50개 기업이 맨담이 진행하는 ‘냄새 대책’ 세미나를 열었다. 맨담에 따르면  남성용 보디케어 제품 시장 규모는 2015년도 211억9400만엔으로 2011년도에 비해 22%나 증가했다.
　‘스메 하라’에 대한 관심 확대는 세탁용품에도 미치고 있다. P＆Ｇ일본이 2015년 판매하기 시작한 냄새를 없애주는 섬유유연제는 그해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회사 관계자는 “일본인은 서구에 비해 냄새에 민감하다”면서 “관련 시장이 더욱 성장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몸 냄새가 과연 ‘스메 하라’라는 말을 붙일 정도의 문제인지에 대해선 의문을 표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스메 하라’의 경우 당사자가 나쁜 의도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폐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