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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한반도

“제재 완화 순서 잘못되면 북한 버틸 것”...와세다대서 한일 심포지엄

 북·미 비핵화 협상이 기로에 서 있는 가운데 경제와 안보 측면에서 북한의 대응과 비핵화 협상을 분석·전망하는 학술 행사가 14일 도쿄 와세다(早稻田)대에서 열렸다.
 와세다대 지역·지역간 연구기구와 리쓰메이칸(立命館)대 기누가사(衣笠)종합연구기구가 주최한 ‘북한의 비핵화 협상과 한·미·일의 미래’ 심포지엄이다.
 참석자들은 북한의 대외 행동을 경제와 사람의 이동 등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대북 제재와 북·미 비핵화 협상과의 관계 등을 전망했다.
 김병연 서울대 교수는 ‘북한 경제로 본 미·북 비핵화 협상’이라는 발표에서 “북·미 비핵화 협상이 성과를 거두기 위한 중요한 조건은 대북 제재가 북한 경제에 매우 심각한 타격을 주는 것이지만 올해 중국, 베트남, 러시아의 대북식량지원이 이어짐으로써 시장 충격은 제한적이었다”면서 “이런 형태는 향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북한은 사이버 해킹, 중국 관광객, 해외 파견 근로자 등을 통해 외환보유고 부족분을 일부 충당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 경우 북·미 협상에 조속한 성과는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제재만으로는 미국이 말하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나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를 이루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결국 제재 완화와 동시에 북한에 정치경제적 인센티브 패키지가 제공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그러나 제재 완화의 순서가 잘못 되면 북한은 더 이상의 비핵화를 하지 않고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일본 안보 전문가들은 대북 제재와 북한 핵·미사일 개발에 대한 대응 강화를 주문했다.
 후루카와 가쓰히사(古川勝久)전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은 유엔 전문가 패널의 최신 보고서를 인용,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1단 추진체에 이용하기 위한 고체연료 엔진 개발에 주력하고 있고, 고체 연료형 중거리탄도미사일인 북극성-2형을 북·중 국경 부근에 배치했다고 했다. 또 “북한이 ICBM 부대를 지원하기 위한 철도망을 정비 중”이라고 했다. 그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관련 물자조달 활동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의 무기 관련 물자·기술 조달이나 대량살상무기의 확산 저지는 앞으로도 국제 안전 보장상 중요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다카하시 스기오(高橋杉雄)일본 방위성 방위연구소 실장은 “미·일 동맹의 관점에서 북한이 현재의 대화 자세로 2~3년의 세월을 벌어들이려 한다면, 미·일도 그 시간을 이용해 억지력을 강화해나갈 필요가 있다”면서 “미사일 방어 강화를 포함한 일본의 노력, 미·일의 ‘보복’으로부터 ‘피해 국한 전략’을 주요 골자로 하는 억제 체제 이행, 현재의 지역적 지휘 통제 구조의 재검토를 포함한 미·일 동맹에의 노력을 조합해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포지엄에 앞서 진행된 연구회에선 중국과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의 현황에 대한 발표가 있었다.
 이애리아 와세다대 교수는 ‘유엔 제재 이후 연해주의 북한노동자의 현황’에서 유엔 제재의 영향으로 러시아의 북한 노동자 ‘쿼터’가 2017년 4만명에서 2018년 ‘0’, 2019년 3000명이 됐고, 이에 따라 2016년 3만1500명이던 러시아의 북한 노동자는 2019년초 1만1000명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현재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에 따라 해외 근로 북한 노동자의 송환 시한이 오는 22일로 다가온 상황이다.
 이 교수는 연해주 현지 북한 노동자들은 완전 귀환을 우려해 작업장을 떠나는 이들이 많고, 돈을 벌 다른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북한 노동자들은 러시아에 와서 가족과 함께 슈퍼에 가거나 남성이 공원에서 책을 읽는 것을 가장 부러워한다고 전했다. 그는 “세계의 동향을 체험해 귀국하는 노동자는 북한 개혁 정책을 이끄는 인재이자 북한에 진출하는 해외 기업과 북한 당국간의 중간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파견 노동자들이 북한의 개혁·개방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인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