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 반대 70%’ 주민투표 결과에도 건설 강행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5일 오키나와(沖繩)현 헤노코 미군 기지 건설과 관련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했다. 전날 주민투표에서 기지 건설에 70% 이상의 반대표가 나온 오키나와현 민심에 귀를 막고 공사를 강행할 뜻을 밝힌 것이다. 지난해 9월 오키나와 지사 선거 결과에 이어 민심을 무시하려는 아베 정권과, 기지 건설을 거부하는 오키나와현과의 대립이 한층 심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아베 총리는 이날 중의원 예산심의 위원회에서 “투표 결과를 진지하게 받아들여 앞으로도 기지 부담 경감을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후텐마 기지가 고정화돼 위험한 채 방치되는 것은 절대 피해야 한다”면서 “미·일 합의로부터 20년 이상 후텐마의 반환이 실현되지 않고 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했다.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방위상도 이날 기자들에게 헤노코 기지의 신규 매립 공사와 관련해 “토사투입을 준비가 되는대로 진행시키겠다”고 말했다. 오키나와 주민투표 결과에 관계없이 공사를 계속 강행하겠다는 뜻을 표명한 것이다.
앞서 헤노코 기지 매립공사에 대한 찬반을 묻는 전날 주민투표에선 반대표가 43만4149표로 전체 투표자의 72.15%를 차지했다. 찬성은 11만4908표(19.10%), ‘어느 쪽도 아니다’가 5만2676표(8.75%)였다. 총투표율은 52.47%였다. 아사히신문은 “오키나와 민심이 기지 건설에 강한 ‘노(No)’를 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대표는 전체 유권자의 4분의 1( 28만8000표)을 훨씬 넘었다. 현 조례에 따르면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선택지가 유권자의 4분의 1 이상일 경우 지사에게 투표 결과를 존중할 의무가 부여된다. 지사는 이를 미국과 일본 정부에게 알려야 한다. 이에 따라 다마키 데니 지사는 다음달 1일 도쿄 총리관저와 주일 미국대사관을 방문해 투표결과를 전달할 예정이다.
반대표는 지난해 9월 지사 선거에서 ‘기지 반대’를 내건 다마키 지사가 획득한 역대 최고득표 39만6632표도 넘어섰다. 아베 정권이 지사 선거 결과에 개의치 않고 토사 투입을 강행해 헤노코 기지 건설을 기정사실화하려는 상황에서 현지 민심은 더욱 강력한 ‘노’로 답한 셈이다. 다마키 지사는 “헤노코 매립으로 한정한 현민의 민의가 명확히 표시된 것은 처음으로 극히 중요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베 정권은 이번 투표 결과가 법적 구속력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기지 공사를 계속할 방침이다. 이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지난 14일 주민투표 결과가 헤노코 기지 건설 계획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베 정부는 이번 투표가 ‘후텐마기지의 고정화’를 피하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거론하지 않았다고 그 의미를 깍아내리면서 “헤노코 이전 외에 선택지가 없다”고 밀어붙일 태세다.
다만 오키나와 주민들의 ‘기지 반대’ 의견이 이번 투표에서 다시 한 번 명확해진 만큼 아베 정권 입장에서는 부담이 적지 않게 됐다. 당장 다마키 지사는 이번 투표에서 드러난 민의를 배경으로 헤노코 이설 저지를 더욱 강하게 내걸 것으로 예상된다. 매립지의 연약지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대규모 기반개량을 두고도 정부·현 간 대립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4월 중의원 보궐 선거와 7월 참의원 선거도 신경쓰이는 대목이다.
일본 전체 면적의 0.6%에 불과한 오키나와에는 미군 전용시설의 70%가 몰려 있다. 일본 정부는 1990년대 오키나와현 기노완시 한가운데에 위치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비행장’으로 불린 후텐마비행장을 헤노코로 이전하기로 했지만, 오키나와 주민들은 새 기지를 아예 오키나와에 세우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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