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을 예정대로 열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가운데 일본올림픽위원회(JOC) 내부에서 연기론이 나왔다. 해외 선수나 올림픽위원회에서 도쿄올림픽 개최를 의문시하는 목소리가 나온 상황에서 개최국인 일본 내부에서도 ‘연기’ 의견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야마구치 가오리(山口香) JOC 이사(56)는 20일자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영향으로) 선수들이 만족스럽게 준비할 수 없는 상황에선 연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오는 27일 예정된 JOC 이사회에서도 이런 의견을 밝힐 생각이라고 했다. 올림픽 선수단을 파견하는 JOC의 이사가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의 연기나 중지를 공개적으로 발언한 것은 처음이라고 니혼게이자이는 전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 여자 유도(52㎏급) 동메달리스트인 야마구치 이사는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하는 상황에서 예정대로 ‘7월 개막’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IOC에 대해 “ 선수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언론 보도 등으로 유럽이나 미국의 상황을 보는 한 선수가 훈련을 계속할 수 있는 처지에 있다고 생각할 수 없다”며 “준비를 계속해 달라고 하는 IOC는 선수와 다른 곳을 보고 있다는 얘기를 들어도 어쩔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스포츠를 통해 세계 평화를 실현한다는 이념을 내걸고 있는 올림픽은 세계인이 즐길 수 없는 상황이라면 열어선 안 된다”면서 “개최를 강행해 올림픽 그 자체에 의문의 문이 쏠리는 것이 가장 두렵다”고 했다.
야마구치 이사는 IOC가 지난 17일 토마스 바흐 위원장 주재로 종목별 국제경기연맹 대표자들과 화상 회의를 연 뒤 발표한 성명에서 “대회까지 4개월 이상 남은 현 단계에서 과감한 결정을 내릴 필요가 없다”고 한 것도 비판했다. 그는 “판단의 데드라인(시한)을 제시해야 한다”며 “마라톤·경보를 삿포로로 옮긴 것처럼 느닷없는 발표는 용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야마구치 이사는 이날자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전 세계에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올 7월 개최하는 것을 누가 반기겠느냐”면서 연기를 주장했다. 그는 “전쟁에 비유되는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일본이 진다고 알고 있어도 JOC나 선수들 사이에는 ‘연기하는 쪽이 낫지 않나’라고 말할 수 없는 공기(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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