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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배제의 언어 책상 한편에 얇은 책자 하나가 놓여 있다. 지난 7월 편집국에서 펴낸 스타일북(기사작성 매뉴얼)이다. 책자는 6가지 원칙 아래 구체적인 기사작성 지침을 담고 있다. 그 첫째 원칙이 ‘사회적 다양성 존중’이다. 다름을 차별·혐오하는 표현을 지양하고, 다양한 사회구성원의 공존을 추구하고, 강자보다 약자의 관점에 가중치를 둔다는 것이다. 예컨대 “부족함이나 열등함을 표현하기 위해 장애를 이용하는 관용구·속담은 쓰지 않는다”라고 정하고, ‘절름발이 정책’ ‘장애를 앓는’ 등 쓰지 말아야 할 표현과 대체 표현을 정리했다. 또 “성차별적이거나 잘못된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표현은 쓰지 않는다”고 하면서 ‘양성평등’은 ‘성평등’, ‘미혼모’는 ‘비혼모’ 등으로 바꾸도록 했다. 처음 책자를 훑어볼 때 ‘아, 이것도’ 싶은.. 더보기
정찬, <슬픔의 힘을 믿는다> 소설가 정찬의 첫 산문집. 대학 시절 그의 소설집 을 괴롭게 읽었던 기억-전날 읽었던 책 내용도 기억이 안 나는 요즘을 생각하면 꽤나 인상 깊었던 모양이다-이 지금도 난다. 양심적 병역 거부자, 믿음, 인간의 본성. 다른 소설에서 접하지 못했던 소재와 관념적-정희진은 이 ‘관념적’이라는 세평에 이의를 제기하지만-인 전개, 그래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을 읽은 뒤 정찬 소설을 읽은 기억은 없으니 이후 30년 동안 정찬의 궤적을 나는 알지 못한다. 이번 산문집은 여러 매체에 투고한 글들을 중심으로 엮은 것인데, 다양한 현실 문제를 다루고 있다. 특히 제목처럼 슬픔과 공감, 혐오와 배제의 문제, 그리고 분단 문제에 대한 사고들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 -우리는 언어 속에 산다. 언어 속에 존재한다고도 말할 수.. 더보기
가토 슈이치, <언어와 탱크를 응시하며> 전후 일본을 대표하는 비판적 지식인 가토 슈이치(加藤周一, 1919~2008년)의 책. '언어와 탱크를 응시하며'라는 제목은 1968년 소련군의 체코 프라하 침공을 목격하고 쓴 글에서 따왔다. "언어는 아무리 날카로워도, 또한 아무리 많은 이들의 목소리가 되어도 한 대의 탱크조차 파괴하지 못한다. 탱크는 모든 목소리를 침묵하게 만들 수 있고 프라하 전체를 파괴할 수도 있다. 1968년 여름, 보슬비에 젖은 프라하 거리에서 마주 서 있던 것은 압도적이지만 무력한 탱크와 무력하지만 압도적인 언어였다. 그 자리에서 승패가 정해질 리 없었다." 다음은 서경식 교수의 해설을 포함한 본문 발췌. -가토 슈이치는 이 ‘이설’의 요점을 이렇게 해설한다. 첫째, ‘이설’은 15년 전쟁(아시아태평양전쟁)은 “아시아 나라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