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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일본 니혼 닛폰

“늙고 사람이 없으니 다 함께”…일본 고치현 작은 마을의 직접민주주의 실험

  유권자는 350명. 지방의원들 평균 연령은 70세가 넘는다. 의원이 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으니 출마만 하면 무투표 당선이다. 고령화 탓이다. 고심 끝에 마을은 직접민주주의 도입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일본 시코쿠섬 고치(高知)현의 작은 마을 오카와무라(大川村)가 지방의회를 폐지하고 주민들이 직접 예산안 등을 심의하는 직접민주주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1일 보도했다. 유권자 약 350명이 모여 직접 마을의 일을 결정하는 ‘정촌(町村·읍면동) 총회’ 설치를 검토하기로 한 것이다. 오카와무라가 이를 실행에 옮긴다면 낙도(落島)를 제외하곤 전후 일본에서 직접민주주의를 제도화한 첫 사례가 된다.

 오카와무라가 총회 도입을 검토하게 된 것은 인구가 줄고 주민들 나이가 들면서 지방의원 희망자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주민 400명으로 낙도를 제외하곤 일본에서 가장 인구가 적은 촌이다. 해발 1000m가 넘는 산들에 둘러싸인 오카와무라에는 16개 부락들이 흩어져 있다. 1960년대만 해도 인구가 4100명 정도였지만, 1971년 댐이 지어져 마을 중심부가 수몰되고 주수입원이던 광산이 폐쇄되면서 주민이 급감했다. 1999년 이후 치러진 5차례 지방의회 선거에서 무투표 당선이 3차례나 된다. 2015년에는 2011년 당선됐던 의원 6명이 투표 없이 모두 연임했다. 평균연령이 70.8세인 이들은 차기 출마에는 모두 손사래를 친다. 그나마 마을 일에 적극적인 젊은이들 대부분은 청년단이나 축제실행위원 등을 맡고 있다. 이러다 보니 15만엔(약 153만원)의 월 보수를 받고 의원을 하겠다는 이들이 거의 없다.

 법적으로 의원 수가 4명으로 줄면 재선거를 해야 한다. 와다 가스히토(和田知士) 촌장은 고심끝에 지난달 초 총회 설치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다음달 정기 의회에서 방침을 정하고 내년에 주민 의견을 구할 예정이다. 하지만 성사될 지는 알 수 없다. 지방자치법에는 정촌의 총회 설치가 허용돼 있지만 1951년부터 4년간 동부 하치코지마의 작은 마을 주민 60명이 총회를 운영한 것을 빼면 전례 없는 실험이기 때문이다. 오카와무라는 2013년과 2014년도에도 총회 도입을 검토했으나 흐지부지됐다. 고령자들이 많고 교통수단도 부족해 유권자가 한 자리에 모이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점 때문이었다.

 지방의원 5명인 오키나와현의 기타다이토무라(北大東村)를 비롯해, 고령화로 인구가 줄고 지방의회를 지탱하기 힘든 지역들이 늘자 직접민주주의를 도입해야 한다는 제안이 여러 곳에서 나오고 있다. 규슈대 법학연구원의 다나카 다카오(田中孝男)교수는 “총무성이나 학자들이 지혜를 짜내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마스다 히로야(增田寬也) 전 총무상도 “모두가 참가해 지역의 과제를 생각해야 당사자 의식도 생겨난다”면서 “이런 움직임이 전국에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